'송금 해명' 현대 차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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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14일 대북 송금 회견과 관련해 "우리의 비즈니스(사업) 차원이었다"고 첫 반응을 보였다. 또 대북 송금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사정이 있어 그랬다"고만 밝혔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간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을 실시한 현대 측의 반응은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의 석연치 않은 해명에 이어 더욱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대북 송금과 관련한 실제적인 내용들이 모조리 빠져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귀국 직전 금강산 구룡연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7대 대북사업 독점권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5억달러를 송금했음을 간접 시인했을 뿐 구체적인 송금 문제에 대해선 얘기를 피했다.

이에 앞서 15일 김윤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즈니스를 했지 정치는 안했다"며 "(대북 7대 사업 승인은) 당시 통일부에서 워낙 규모가 방대해 그런지 주저주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가 북한에 5억달러를 주기로 한 약속에 대해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공이 현대로 넘어간 만큼 증폭되고 있는 의혹을 현대가 앞장서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5억달러 다 보냈나=鄭회장은 16일 1998년 북한과 체결한 '남북경협 합의서'에 9억4천만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다시 2000년 6월 7대 사업 대가로 5억달러를 더 준 이유에 대해 "두가지는 별개였다"고 밝혔다.

金사장도 "金대통령이 퇴임을 열흘밖에 남겨 놓지 않았는데 뭐가 아쉬워 거짓말하겠느냐"며 "대북 송금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밝혀지지 않은 3억달러 송금=현대 측은 대북 송금 가운데 드러난 2억달러 외에 나머지 3억달러의 출처와 경로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송금한 이유=현대는 7대 사업에 대해 합의도 안된 시점에서 돈을 서둘러 보낸 것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鄭회장과 金사장은 일관되게 돈 문제는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정부와는 관계가 없나=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천억원은 현대가 쓴 돈이 아니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이 없다. 鄭회장은 지난해 말 미 LA에서 "계열사가 자금난에 빠져 썼다"고 했으나 金대통령의 회견에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금강산=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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