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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의 리더들] 성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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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나이는 못속인다”는 말이 있다.그러나 생년월일을 확인하기전까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성우들이 그렇다.40-50대 중년이 10대 꼬마의 역할을 맡기도하고 때론 20대 초반의 젊은이로 둔갑(?)하기도 한다.거꾸로 20대 젊은이가 60-70대 노인의 목소리를 능청스럽게 낸다.

천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올해로 경력 30년째를 맞은 홍승옥(53)씨와 21년째인 박기량씨(46)를 여의도 MBC에서 만났다.연기자,뮤지컬배우,홈쇼핑 나레이터 등으로 팔방 미인의 삶을 펼쳐가는 이들 베테랑 성우로부터 직업의 고충과 보람을 들어봤다.

-성우가 된 계기는.

▶홍승옥=어렸을 때 라디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우라는 직업에 반해 장래 인생목표를 성우로 정했다. 그때부터 책을 읽을 때면 성우 흉내를 내 큰 소리로 낭독하며 맹렬히 발성연습을 했다. 대학도 망설임없이 서라벌예대 방송과를 지망했다. 1972년 MBC 성우 공채5기 시험에 합격해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박기량=중학교 때 국어과목을 맡았던 여선생님이 미인이셨다. 그래서 잘 보이려고 국어책을 읽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 덕분에 잘한다는 주변의 권유로 웅변대회까지 나가게 됐다. 그때부터 말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고 82년 MBC 공채 8기로 성우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출연 중인 작품을 소개한다면.

▶홍='토요 미스터리극장' '장학퀴즈' 'TV 동물농장' 등 여러 프로그램에 나온다.

▶박='VJ 특공대''진실게임''와, 이 멋진세상' 등을 들 수 있다.

-성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홍=평생직업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별로 변하지 않는 것이 목소리다. 자기관리만 잘하면 꾸준히 일 할 수 있다. 실제로 70세를 넘긴 성우 10여명이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화.드라마.외화.라디오.홈쇼핑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성우들이 요즘 가수나 연기자로 외도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성우가 자신의 능력을 다방면에 걸쳐 발휘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나 자신은 성우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천직으로 여긴다.

-고충은 어떤 것이 있나.

▶홍=연말연시나 명절 때 방송 때문에 가족을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독특한 직업병도 생긴다. 조명 앞에서 대본에 적힌 작은 글씨를 오랜 시간 봐야 하기에 시력이 많이 나빠진다. 또 외국영화 속의 대사를 우리말로 녹음할 때 다섯시간 이상을 긴장 속에서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탈진한다.

▶박=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항상 청취자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친구를 만나 노래방을 가도 마음껏 노래를 못부른다.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나.

▶홍=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날의 몸과 마음 상태가 목소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성우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감기다. 목이 쉬면 일이 제대로 안된다. 뜨거운 생강차나 유자차를 자주 마시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박=성우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술, 담배를 끊었다. 담배연기가 나는 곳은 숨을 멈추고 지나갈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보수는 얼마나 되나.

▶홍=활동 중인 5백여명의 성우들이 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경력 3년 이하의 새내기 성우들은 방송국 전속일 경우 기본급 70만원에 출연 때마다 수당을 따로 받는다. 잘나가는 20~30여명의 프리랜서 성우의 경우는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성우 지망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홍=매년 성우시험에 4천여명이 지원을 한다. 그러나 합격자 수는 10여명에 불과하다. 끼를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훈련이 더욱 중요하다. 발성연습과 연기공부는 기본이다. 또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들으며 요즘 방송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도 있다.

▶박=목소리가 좋은 사람만 성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열정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 가능하면 성우가 되기 위한 자기개발 교육을 일찌감치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유권하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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