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의 기습표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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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일요일인 14일 새벽2시25분 국회제3별관 특별위원회회의실에서 야당의원에게 개회의 통고 없이 변칙 본회의를 소집하고 개헌안에 대한 개별 기명투표를 실시하여 백22명의 찬표를 얻어 22분만에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개헌안은 국회재적의원3분의2이상의 찬성을 얻은 것으로 되어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신민회에서는 즉각 이에 반대하여 무효화투쟁을 벌일 것이라 하는바, 김영삼 총무는 『국회법에 의해 일요일에는 절대로 개회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장소를 임의로 옮겼으며 야당의원에게 통고도 없었을 뿐더러 참관인조차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의원인 이효상 국회의장은『증대한 법안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좋고 공화당 측으로부터 합법적인 본회의재개 요청이 있어 국회법제8조2항의 규정에 따라 회의를 사회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14일 심야의 개헌안의결은 절차상으로 하자가 있는가에 대해서 앞으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 예상된다. 이 의장은 국회법 제8조2항을 원용하였는데 이 조항은『국회는 휴회중이라도…의장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또는 재적의원 4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합의를 재개할 수 있다』고 하고있다.
그런데 과연 일요일 심야에 본회의를 소집할 필요성이 있었는지가 문제된다. 국회의 선례에 의하면 일요일에는 개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개의시간은 국회법상 오전10시로 하게 되어있다. 국회의 결의나 의장의 권한으로 개의시간을 주간으로 변경한 선례는 있으나 심야에 개의한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
본회의의 의사일정은 회의를 열지 못하였거나 또는 회의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는 다시 일정을 정하여야 하고 의사일정의 작성에는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여야 하는데 그 절차가 행해졌는지 궁금하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 의장은 14일 영시 5분『14일은 일요일로서 공휴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결의 없이는 회의를 열 수 없고 따라서 본회의는 자동 산회되었다』고 농성중인 김은하 신민회 부총무에게 통고했다고 한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민회의원에게는 고의로 속인 것이 되는 것이며, 통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신민회의원의 본회의 참석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국회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다음에는 본회의장소를 사전에 국회의 결의 없이 옮길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6·25때 대구 부산에서 본회의를 한 적이 있으나 이는 국회의 결의에 의한 것이며 그 외에는 국회본회의장 아닌 다른 곳에서 본회의를 연 예는 없었다.
이 의장은 표결 전에 장소변경에 이의가 없느냐고 물어 출석의원의 동의를 얻었으나 본회의소집 전이 아닌 소집후의 동의로써도 법적 하자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또 국회관례로는 표결할 때에는 기립 또는 투표 어느 방법에 의하든 간에 회의장을 폐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도 회의장변경의 통지조차 없었던 예는 일찌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헌안과 같이 투표장에의 불참이 곧 부표를 던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경우에는 회의장을 비밀리에 붙이거나 회의장을 폐쇄하는 것은 상례에 어긋난 일이라고 하겠다.
공화당의 변칙적인 강행이나 신민회의 단상점거가 다 그들 나름의 부득이한 사정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변칙저지나 변칙통과는 한국의정을 위하여 불행한 사실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신민회의 법정투쟁에 대해 법원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법원에서는 판단을 회피할 것 같다. 앞으로의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과정에서라도 정경대도가 지켜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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