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회사사를 집대성|「한국 회화대관」 펴낸 유복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에서 처음 1천5백년의 회화사를 글과 그림으로 집대성한 책이 7순의 한광산기술자에 의해 출판되었다. 4·6배판으로 1,250면에 달하는 이 방대한 회화사의 저자는 해방직후 광무국장을 지낸바있는 선옹 유복렬씨 (70세).
손수 집필하고 그림을 선정하고 출판비까지 자비로 하여 「한국회화대관」이라 이름 붙였다.
『평생 보아오는 그림이고 또 보는 대로 사진찍어 둔게 대표적인 것으로 1천장이 넘더군요. 그래 평생 사업삼아 책으로 묶어 남기기로 한것이죠.』
인쇄비만도 4백만원. 그동안 자료를 수집하는데 든 비용까지 합한다면 1천만원은 실히 될것이라한다. 한때 2천5백점의 고화를 지녀 개인수장가로서 최고의 기록을 깨뜨린바 있는 유씨는 경향간에 옛날 그림이라면 거의다 봤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60년간 보아온 우리나라 고화는 1만여점. 현존 고화는 줄잡아 1만2천점을 넘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의 추산이다.
이번 회화대관에 실은 작품사진은 7백60장. 그중 공민왕의 『천산대렵도』등 6폭은 원색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 소개된 화가이름이 7백47명. 그것은 오세창씨 편저의 「근역서화징」보다 근2백명이 더많은 숫자이다.
근역서화징은 우리나라 서화관계의 유일한 사전으로 인명·작품명이 소개돼있으나 작품 사진이 전혀 없다. 『작품의 실물이 1점도 전하지않는 작가가 3백50명쯤돼요. 그리고 오래전에 찍어둔 사진중에는 지금 물건이 없어진 것도 더러있지요. 하지만 이책으로 세상에 처음 소개되는 그림이 2할 (1백50점)은 될 것입니다.
충남 공주태생인 유씨는 그의 부친이 심전 안중식씨와 아래윗집의 친구요, 또 숙부가 당시 명가의 진품을 많이 수장했던 까닭에 어려서부터 그림을 읽히고 예담을 들었다고 한다.
『처음 공업학교에 들어가 염직을 공부하고 다시 경성공전광산과를 나와 도업에 몸담고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취미는 잠시도 잊은적이 없어요. 혹시 누가 서화를 가지고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원근이나 값의 고하를 막론했고, 심지어 10여년을 두고 수십차의 끈질긴 교섭으로 기어이 입수한 것도 있어요.』
회화대관은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이조초·중·말엽으로 나눠 편년체로 해설하고 화제나 제발등의 한문을 모두 한글로 번역해 싣고 있다.
그리고 사위인 김원룡박사의 손을 빌어 사진설명을 영역까지 덧붙였다. 뿐더러 이책에는 몇 명의 현대 동양화가의 이름까지 실었는데 『그래야 대관이 아니냐』고 그는 설명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