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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헌안 찬·반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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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원들이 고통받고있다>
▲김영삼 의원(신민)=1인의 영구집권을 위한 토론에 참가한 이 순간이 서글퍼진다. 개헌안이 나올 무렵부터 의원들은 여야 구별 없이 시달림을 받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의원이 있다. 국민의 대표가 법에 보장된 권리행사를 자유롭게 못하는 분위기에서 개헌안을 다룰 수 있겠는가.
공화당은 박대통령 이라야 정국이 안정되고 경제성장이 된다고 하지만 너무도 사실과 다르다. 개헌안이 없었던들 정국이 이처럼 불안하겠는가. WP지와의「인터뷰」에서 나는 한국경제성장을 펫병든 아이의 성장에 비유했다.
공화당은 경제발전을 선전하고 있으나 집권층과 그 주변사람의 부패와 축재가 약간의 경제성장을 앞지르고 있다..
이번 개헌안이 3선을 표방하고 있지만「계속재임」이란 애매한 문구로 사실상 영구집권을 위한 음모가 있는 것을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음모의 정체는 어제 드러났다. 백 의원의「계속재임」에 관한 해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민을 속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개헌안을 철회하라. 공화당의 김진만 의원은 자유당 때 내가 이박사의 3선개헌을 지지한 것처럼 말했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3대 국회때 26세이던 나는 이 박사를 만나 3선개헌을 해서는 안된다고 당돌하게 말했으나 듣지 않았다.

<양심· 용기의 기록 남기자>
그후 이기붕씨가 내 집에까지 찾아와서 개헌지지를 권유했으나 젊은 양심으로는 승복 할 수 없었다. 나는 23명의 동지와 함께 경찰의 감시를 피해 병실에서 모이기로 했다. 그 당시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는데 어느 때고 정권이 망할 때는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정신적 지주나 상징적인 것이 없다. 이박사가 2기집권후 조용히 물러났다면 그는 영원한 국부로 이 민족의 마음의 지주가 됐을 것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절대권력과 장기집권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어린 나이로 3선개헌이 옳지 않다고 이박사에게 말했던 나는 오늘 여러분들에게 이같은 일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용기 있는 의원이 그렇게도 없는가. 우리 야당은 눈물을 머금고 신민당까지 해산했고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지만 야당의원만으로는 개헌안을 부결시킬 수 없다.
내일은 자손만대에 남을 기록을 남기는 날이다. 사랑하는 자녀가 기다리는 집에 돌아가서『내가 정말 애국적인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를 갖고 투표에 임해 줄 것을 믿는다.

<특정인 위한 개헌 아니다>
▲노재필 의원(공화)=김영삼 의원은 지금 반대 발언에서 개헌 반대자는 애국자이고 찬성자는 반역자라는 논조로 말했다.
특히 개헌찬성자는 타의에 의해 양심을 속이고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나는 개헌발의자며 찬성자의 한사람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아무 가책도 받지 않고 소신을 갖고 3선개헌을 해야겠다는 사람이다.
박정희씨 개인을 위하여 개헌을 하겠다면 나는 반대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칭찬하고있다.
3선개헌을 찬성하는 것은 박정희씨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하자는 것이다.
내가 듣는 소식으로는 북괴의 김일성이 개헌을 반대하라고 선동하고 있다한다.
야당의 주장대로 개헌으로 이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 김일성이가 개헌을 바라지 반대하겠는가.
이박사가 3선개헌으로 망했다고 하는데 자유당이 개헌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개헌이 된후 그 익년에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 때 부정을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승만 박사가 부정했다고 하지 않고 부통령선거에 부정이 있으니 다시 하라고 했다.
이기붕씨를 부통령 시키려고 부정했다가 자유당이 망했는데 왜 개헌과 결부시키는가.
헌법을 개정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으나 개정할 수 있는 것이다.

<3선규정은 외국도 있다>
다만 개헌의 한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제1조나 헌법의 기본권 조항이나 3권분립을 규정한 세 가지를 빼놓고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개정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정신상 개정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3선규정은 외국에도 선례가 있다. 개정헌법부칙의 이 헌법은 개정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것을 문제로 삼고 있는데…예를 들면 국회의원선거법 제11조나 제12조의 국회의원 출마자격 규정이나 선거권 규정은 이 법이 공포된 후 이 자격을 구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정신에 입각하면 이 개헌부칙 규정은 박대통령의 경우 63년부터 이미 2기를 연임했기 때문에 71년에 출마 당선되면 3기가 되는 것이다.
계속재임은 3기에 한한다는 계속이란 용어는 앞과 뒤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박대통령의 경우 앞으로 한번 밖에 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민주주의 하에서는 한사람이 영구집권을 못한다는 것은 법의 정신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이번 국회표결과 국민투표에서 3선개헌안이 가결되어도 언젠가는 이 헌법을 다시 개정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민주주의가 미국등 선진국과 감이 발달하면 대통령의 임기는 다시 두 번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으로 민족분열 유발>
▲서민호 의원(무소속)=개헌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토론에 나서고 싶지도 않았다.
이번 개헌안에는 숨은 저의가 있다는 것을 여당의 모 고위층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이번 3선 개헌안은 장기집권을 하려는 확실한 증거가 포함되었음을 알고있다.
백남억 의원이 기대에 어긋나는 답변을 한 것도 유감으로 생각한다.
한일합병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김인식은 부가부가 라는 귀걸이 코걸이식 답변을 하여 탈 없이 넘겼다고 하지만 백 의원이 당대표로서 소신 없는 답변을 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또 윤치영·최희송 의원의 답변은 납득이 안간다.
정치는 법률보다 위에 있다는 그의 말을 들을 때 「매키어벨리즘」을 불식 못하는 그의 태도를 유감으로 생각했다.
월남전쟁이 종식되면 동북「아시아」에 필연적으로 불안이 올 것이다.
이러한 국내외 정세 하에서 3선 개헌으로 민족 분열을 가져오는 것은 유감이다.
박정희씨는 5·16후 바른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군다나 장기집권의 병폐를 안 박정희씨는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막기 위해 개헌에 이중절차를 만들었다.

<압력 피하려 찬성하기도>
그러한 당사자가 자기집권 중에 다시 3선 개헌을 하려는가. 3선 개헌을 하라고 공화당 의원 가운데 무릎을 꿇고 간언한 사람이 있다는데 그는 박정희씨 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그랬다는 말이 있다. 공화당 의원 가운데도 개헌을 하면 망한다고 나한테 말한 사람이 있다.
개헌을 찬성하는 사람 가운데는 자기사업을 확장 또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협력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사람은 한번 죽는다. 정치인은 떳떳하게 자기자유의사를 견지해야 한다. 흔히들 강력한 지도자와 국군을 통솔할 수 있는 적격자가 박정희씨이기 때문에 개헌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군은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강력한 지도자는 ①신념 있고 강직하며 ②성의 있고 책임감이 있으며 ③이해력 있고 봉사심이 강하고 ④공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을 말한다.

<개헌하면 5·16 명분상실>
▲서범석 의원(신민)=공화당에서 개헌 추진 말이 나올 때 박대통령에 의해 좌절될 것으로 알았다. 박대통령은 장기집권은 타성을 가져온다는 의사를 표명한 일도 있고 또 그의 임 기 중에는 개헌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선의의 해석이 어리석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만일 개헌이 강행된다면 박대통령의 5·16 혁명은 명분을 잃고 정권절취라는 누명을 쓰게될 것이다. 참된 민주국가의 기틀을 이번에 만들지 못하면 이 나라는 영원히 희망이 없어지고 만다.
나는 박대통령이 미워서 개헌을 반대한다거나 유진오 총재를 위해서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개헌이 부당하기 때문에 저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만일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한다면 71년 선거에 신민당이 대통령 후보를 안내는 문제까지 생각했다. 신민당은 이 전통이 설 수 있다면 4년 더 참을 용의가 있다.
박대통령이 아니면 앞날이 암담하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만 한다고 해놓고 영구집권의 함정을 파놓은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박대통령이 신병으로 돌아간다면 나라의 문이 닫히는 것도 아닌데 박대통령이 아니면 모든 것이 종식된다는 것은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다.

<진퇴 확실해야 신뢰받아>
노재필 의원의 찬성발언 중 김일성이가 박대통령의 3선을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 모골에 소름이 끼쳤다. 부산정치 파동 때 국제공산당으로 몰려 40일간 옥고를 치른 일도 있지만 야당의 반대를 거기에 연결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3선 개헌안이 통과되고 박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한미 유대에 금이 갈 가능성이 있다. 한미 유대에 금이 간뒤 안전과 번영이 약속되겠는가.
공화당은 국방과 번영을 개헌의 필요성으로 내세우지만 김일성의 남침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왜냐면 김일성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중공과 소련의 지원이 없이는 안 되는데 중소는 국경분쟁으로 이럴 여력이 없다. 일어나지도 않을 전면전을 빙자해서 민주주의의 바탕을 그르치는 것은 민족사의 죄악이다. 또 60만의 대군이 박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무상하다. 진퇴를 확실히 정하는 사람만이 신뢰를 받는다.
5·16혁명에 참가한 사람 중에는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5·16 에 참가하지도 않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몇몇 사람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군복을 입고 원대 복귀한 군인들을 위해서도 개헌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국회의 실추된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역사적 책임감을 가지고 표결에 임하자.

<장기집권 이로운 예 많다>
▲이정석 의원(공화)=개헌이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서명했다. 나는 야당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즉 한사람이 장기집권하면 부패하고 독재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장기집권이 부패와 독재를 가져온다는 이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오히려 장기집권이 많은 부흥을 가져온 예를 많이 알고 있다.
따라서 장기집권이 문제가 아니라 4년 만큼씩 신임을 묻는 것이므로 선거가 공정해야 된다.
개헌 한다해도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 것이므로 누가 종신 대통령이 되겠는가.
또 불란서 같은 나라는 단기집권하다가 안되니까 장기집권하기로 했다. 불란서의 제3, 제4공화국은 평균 6개월 수명의 단기정권으로 질서유지가 곤란할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여 심지어 어느 평론가는 불란서를 가리켜「펫병3기」라고 까지 했었다.
이리하여 사상최고의 권한을 준「드골」헌법이 탄생하고「드골」대통령은 7년임기를 두 번이나 하다 국민투표에서 신임을 못 얻어 그만두었다. 불란서는 지금 대통령 중임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박대통령이 4년 더 한다해도「아데나워」보다는 3년을 덜 하는 셈이며 세종대왕은 32년을 해도 성군이었고 연산군은 단기를 했어도 폭군 소리를 들었다.

<외국관계 염려할 것 없어>
개헌은 선진국 실례에 비추어 하자는 것이며 공화당을 위한 것은 아니다. 박대통령은 당과 정부를 이끌고「일하는 해」를 구호로 전진시켰다. 이리하여 한국은 세계에서 예찬하는 표본이 되었다. 박·「닉슨」 회담의 공동성명도 흐뭇하다. 또 개헌이 외교상 고립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태국과 월남에서는 철군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혈맹관계에 의해 이런 일이 없다.
한국은 앞으로 몇 해만 더 있으면 자립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버리다시피 했던 한국이 지금은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박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신용과 존경을 받고 있는 이 현상을 5년간 유지해서 3차5개년 계획을 끝내면 국민소득이 3백70「달러」로 늘어나는 것이다. 개헌하면「4·19」와 같은 일이 난다고 야당에서 말하지만 자유당은 개헌으로 망한 것이 아니고 부정선거로 망한 것이기 때문에 당치않은 말이다.

<독재체제는 국운 기울여>
▲정일형 의원(신민)=영구집권안을 논란하게 된 것이 운명의 희롱이라 생각하니 슬퍼진다. 이 개헌안은 공화당과 박대통령이 독재체제로 나라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박대통령은 벌써 어제 국회통과가 확정적이라고 발표했다. 행정부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회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이런 얘기를 한 것이라 생각할 때 유감천만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발표할 수 있어야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텐데 반대의원이 몇몇 납치됐다는 말도 있으니 투표는 하나마나가 아니겠는가. 박대통령은 헌법은 자주 갈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임기4년을 하고 1차에 한해 중임 해야 할 이유로 장기집권을 하면 권력은 경화되고 독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런 분이 이제 3선개헌을 하고 나 아니면 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듯이 의사표시를 하고있다.
3선뿐 아니라 6선 9선 영구집권까지 할 수 있는 개헌은 물리쳐야 한다.
지난봄「빈」에 갔을 때 「프란체스카」여사의 초대를 받은 일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않고 2선만 했으면 가장 그를 존경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여사는 아랫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가 애국자고 건국공로자임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대로 헌법을 고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이 자유당적 수법을 공화당이 답습하려는가.
박대통령 아니면 안보문제나 외교문제를 누가 이끄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는 독립 후 2년만에 6·25를 겪었고「유엔」의 16개국 군대의 주둔으로 이 전쟁을 치렀다.

<독재하면 우방국서 외면>
우리군대는 막강하다지만 미국원조가 없으면 1주일 내지 2주일밖에 지탱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한국군의 작전지도권은「유엔」군 사령관에게 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나 전쟁을 하거나 군을 동원하려면 미국의 협조가 있어야한다.
박대통령이 아니더라도 현 수준의 보급과 협조를 받아 군을 통솔할 수 있다.
박대통령 아니면 북괴 「게릴라」를 어찌 막느냐고 얘기하는 이도 있으나 박대통령 있다고 김일성이가「게릴라」를 안 보내겠느냐?
외교만 해도 그렇다. 우리 외교가 성공적이란 이도 있지만「유엔」에 가보면 참전 16개국 중에도 많은 친구를 잃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이 독재하의 불쌍한 나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컨대 안보나 외교문제 때문에 박대통령의 영구집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이 나라가 민주국가가 되어 번영할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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