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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이방지대|병원없는 옥구21개 섬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외딴섬에는「방역」이란게 없었다. 섬마다 설사병환자가 연달아 늘어나도 찾아갈 병원도 없으며 섬사람들은 서너날 아팠대야 치료를 받을 엄두조차 못낸다.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뱃길로 2시간. 옥구군 미면등 관내에는 개야도를 비롯 51개섬이 조약돌처럼 점점이 떠있다. 이 가운데 사람이 살고있는 곳은 21개섬 1천4백97가구, 1만여주민들이『「비브리오」성 장염이다,「콜레라」다』하는 전염원의 생선 패류를 잡아 간신히 생계를 잇고 있는「콜레라」오염 선포구역.
개야도에는 지난8일 어부 송태순씨(23)가 처음「콜레라」에 걸려 고기잡이배를 타고 군산항에 격리수용된지 3일사이 섬전체에 11명의「콜레라」환자가 생겼다. 그러나 찾아갈 병원이나 큰약국도 제대로 없다.
섬사람들은 기껏 익모초나 앵속을 달여먹으며 줄줄 흘려쏟는 설사를 달랠뿐, 달리 도리가 없는 실정.
「콜레라」는 말할 것 없고 어떤 증세의 병이 나도 마찬가지다.
섬주민들은 이 실정을 방역당국에 해마다 진정, 지난 7월3일 옥구군비 30만원으로 선유도에 겨우 보건소하나를 세워 간신히 소망을 이루기도했다.
그러나 이섬에 근무할 의사와 간호원은 단한명도 없었다. 옥구군이 처음에 보건소를 세운 뒤 의사1명, 간호원2명을 모집했으나 3개월이 지나고「콜레라」가 휩쓴 9월11일 현재까지도 아무도 지원해오지않아 보건소건물은 주인조차 맞지못한채 텅비어있다.
21개 유인도중 그나마 약방이 있는 곳은 개야도, 어청도, 비안도등 3개소뿐. 이번「콜레라」발생의 경우 송태순씨에 이어 내초도의 최세창씨(38)가 같은 증세로 지난9일 도립병원에 수용되는등 11명이 입원했으나 섬 주민들은「콜레라」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아직도 전염성이 없는 단순한 식중독으로 알고있다.
10일 늦게야「콜레라」로 알려지자 섬주민들은『우리에게 예방주사를 놓아달라』고 방역당국에 호소, 의사1명과 간호원 2명으로 구성된 방역반이 이날 늦게 개야도로 파견됐다.
방역반은 10일 하룻동안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개야도주민 1천5백23명에 대해서만 예방접종을 밤을 새워가며 실시했으나 나머지 20개 섬은 교통불편과 인력부족등으로 접종할 엄두도 못내고있다.
섬에서 섬으로「콜레라」가 번져가자 섬주민들은 군산항에 선박 출입항 금지령 마저 내려 애써 잡은 생선 조개류마저 팔길이 막혔다. 한때는 어선조차 못드나들게하여 섬사람의 생계는 한층 악화됐다. 21개 유인도를 돌아 군산항으로 들어오는 여객선은 옥구1, 2호동 2척. 바람이 조금만 일어도 운항을 중지해 1주일에 고작 2∼3회 왕래하는 것이 보통. 섬주변에서 잡은 고기와 조개등을 군산항에 내다팔아 생활필수품, 양식등을 구입해온 주민들은 그나마 어선출입금지이후에도 이들 여객선만은 운항이 허용돼 숨길만은 틔었다구 한숨 놓았다.
섬사람들은 하루빨리 섬에도 병이 생겼을 때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옥구군 개야도="주섭일·김재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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