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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3 Z.E. 첫 예약 판매 … 불붙은 전기차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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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왼쪽부터 SM3 Z.E, 레이, 쉐보레 스파크.

서로 눈치만 보던 전기자동차 시장에 15일 결투 신청서가 접수됐다. 발신자는 르노삼성자동차, 대결 종목은 100% 전기로 가는 순수 전기차다. 시장 선점을 위한 1차 라운드는 제주, 첫 승부의 결과는 오는 26일 나온다.

 르노삼성은 이날 전기차 SM3 Z.E.에 대한 예약 판매(10월 출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예약 판매는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르노삼성의 선공은 보조금이 만든 ‘반값 전기차’에서 비롯됐다. SM3 Z.E.의 가격은 4500만원. 휘발유 차로는 중·대형차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환경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환경부는 10개 지역(서울·제주·대전·광주·창원·영광·당진·포항·안산·춘천)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사면 대당 1500만원을 보조한다. 여기에 제주도에선 지방자치단체가 800만원을 보조한다. 취·등록세 면제까지 감안하면 제주도민은 전기차를 1930만원에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M3 휘발유 모델의 고급 사양(1978만원)보다 오히려 싸다. 연료비는 전기차가 휘발유의 6분의 1 수준이다.

 보조금을 막 퍼줄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제한은 있다. 정부 지원은 1000대, 제주도의 추가 지원은 160대까지다. 첫 승부는 제주에서 난다. 제주가 추진 중인 2030년 ‘탄소 제로 섬’의 핵심이 전기차다. 급속 충전기(60기)도 제주가 가장 많다. 추가 보조금을 주는 전기차 구입 신청은 오는 26일까지다. 제주도는 26일 결과를 봐서 300대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작지만 처음 열린 소매 시장이기 때문에 어느 업체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싸움”이라며 “전기차에선 기존 차와는 완전히 다른 판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차량 판매에서 부진을 겪어온 르노삼성이 앞장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10개 전기차 선도 도시에 판매·서비스 망을 갖추고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핫라인을 구축해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걸음도 바빠졌다. 기아차 레이 EV는 이미 2011년 12월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8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판매는 거의 없었다. 르노삼성이 치고 나오자 기아차도 곧 일반 판매 홍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애초 4500만원 선이던 가격도 확 낮출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스파크EV를 3분기 중 선보인다. 준준형인 SM3 가격을 감안해 경차인 이 차는 4000만원대 초반에서 가격을 저울질하고 있다. 보조금·세제 혜택을 최대로 감안한 소비자의 순수 부담이 1800만원 수준까지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수입차 중에선 BMW가 내년 5월 한국에 전기차 i3를 출시한다.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된 데는 향상된 품질도 한몫하고 있다. 전기차가 ‘동네 마트나 가는 차’에서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차’가 됐기 때문이다. SM3 Z.E.는 한 번 충전으로 서울시청에서 세종 정부청사(135㎞)까지 갈 수 있다. 힘도 좋아졌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3개 차종 모두 최고 속도가 시속 130㎞ 이상이다. 별도 충전기가 필요하지만 급속 충전은 20~25분이면 끝낼 수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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