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비대「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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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8윌13일 현재로 화폐발행고가 l천억원선을 돌파, 1천7억7천만원까지 늘어남으로써 62년의 통화개혁이후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유통화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올해의 유동성 증가추세는 예년과는 달리 자금의 비성수기에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을 끌고있다. 하한기임에도 불구하고 화폐발행고가 계속 증가하고 통화량이나 재정안정계획상의 본원적통화가 늘어나는 이상기류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지난 7월말 현재의 통화량은 1천6백99억원으로 종전개념에 의한 연말한도 1천8백억원에서 불과 1백1억원의 여유만을 남겨놓고 있다.
68년말에 비해 2백1억원이 증가한 7월말 현재의 통화량 구성은 상반기중에 막대한 재정적자(6월25일 현재 1백6억원)를 시현했던 공공부문이 꾸준한 긴축시책에 의해 1백5억원의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고 일반대출 억제로 민간부문이 단 9억원만 배가한데 비해 해외부문에서 1백62억원, 그리고 기타 부문이 1백65억원의 증가를 기록, 해외부문이 통화증발요인으로 크게 작용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외환매초 늘어나>
이를테면 올해들어 계속되는 유동성 급증 현상은 지금까지의 「패턴」과는 달리 해외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다. 65년말의 통화량 6백47억원중 대부분올 차지한 민간과 해외부문의 구성비는 민간67% 대 해외6.4% 였는데 68년(통화량 1천4백98억원)에는 33% 대 70%로 크게 역전되고 7월말에는 30% 대 72%로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듯 통화증발요인이 되는 외환매초는 을해들어 특히 대량유입 하고있는 현금차관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금년들어 7월말 현재까지 입금된 현금차관은 6천5백만불(허가액은 15건 1억2천5백만불)이며 따라서 약1백80억윈의 통화가 증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3일간에 30억증가>
이러한 현금차관의 개계도입으로 화폐발행고는 7월말에 비해 불과 13일동안에 30억2천만원이 늘어나는 이례적 현상을 나타냈으며 공공·민간부문을 압박하는 큰 장애물로 등장하고있다.
특히 대부분의 현금차관이 내자조달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직접적으로 발행고를 늘려 외환「인플레」를 초치할 우려가 짙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를 외환「포지션」면에서 보면 현금차관도입이 유동성증가에 끼친 영향을 명백히 살펴볼 수 있다.
계속 확대되어온 외환경상거래 역조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는 64년도의 1억2천8백만제이 계속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지난5일 현재로는 4억8천10만불로 「피크」를 이루어 현금차관을 포함한 자본거래의 흑자가 경상거래적자를 메워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와같이 보유고가 증가하는데 대응해서 67년말의 외환「포지션」은 5천60만불의 외환매초를 보여 통화감소요인을 이루었으나 68년말에는 3백80만불의 외환매초로 통화증발을 가져오기 시작, 지난 5월 현재로 1천2백만불에 달하는 매초현상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무역역조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가 만 1년동안에 1억3천4백만불(68년8월8일 현재 3억5천8백8만불)이나 증가한 원인은「뱅크·론」IMF「스탠드·바이」차관등 약1억불에 달하는 금융기구로부터의 차관도입도 있겠으나 그 동안의 지급을 계상한다면 막대한 현금 차관이 도입된 결과임을 부인할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현금차관도입-외환보유고증가-화폐발행고증가-통화량증가의 상관관계는 명백해지며 과도한 현금차관도입이 국내경제기반을 위협할 외환「인플레」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경제불안 요소로>
금년에 접어들어 팽창하고 있는 화폐발행고는 이미 재정안정계획을 위협, 7월말 현재 본원적통화는 1천8백79억원(발행고 9백78억원, 지준 9백l억원)으로 연말한도에 1백12억원의 여유만을 갖고있다.
현금차관으로 인한 해외부문의 과도한 유동성조출은 결국 ①안정기조를 저해하고 ②물가를 자극하며 ③따라서 안정기조위의 성장정책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통화증발로 변신>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또한 외환수급 계획상의 내자용 현금 차관한도 3천5백만불을 초과하면서 까지 정부가 굳이 현금차관을 계속 도입하는 이유는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적 내자지원대책이라는 점 이외에도 국제취지 「사이드」에서 금후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데 바탕을 둔 것 같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를테면 무리한 외자도입이 사후의 내자조달을 현금차관이라는 변태적방법에 의존토록 강요하게 되고 그 주름살은 통화증발이라는 모습으로 재정·금융부문을 비롯, 근원적국제수지에 까지 미쳐감으로써 전체 경제의 불안요소로 등장할 것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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