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발행고 1천억원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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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화폐발행고가 이상 팽창을 지속함으로써 통화관리에 허점이 있는것이 아니냐하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8월13일 현재의 화폐발행고는 1천8억원으로 7월말 실적보다 불과 10여일 만에 30억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의 화폐 발행고 9백57억윈에 비한다면 8월13일의 발행고 1천8억원이 그렇게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지난 3월말에는 8백35억원으로 줄었던 것이 다시 그처럼 대폭적으로 늘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더우기 화폐발행고의 계절성을 보면 대체로 연초부터 8월까지는 소강상태를 유지하마가 9윌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연말에 「피크」를 기록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화폐발행고의 증감 추세가 심한 기복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만큼 통화금융 정세가 안정성을 잃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선 금융 면에서 보더라도 지난6월말까지의 실적은 예금증가분 보다도 대출증가분이 초과되는 이상현상이 지적되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7월중에는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 지준부족 과태금을 부과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제재 조치로 7월중의 예대관계가 개선되어 금융기관의 통화창조기능이 크게 줄게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반재정수지도 6월말까지 28억원의 살초를 기록하던 것이 7월중에 반전되어 오히려 1백1억윈의 환초현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 금융상의 불안정성은 8월에 접어들면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조차 알 수 없을이 만큼 심한 것인듯 하다는 것이다.
한편 외환부문에서는 지난5월 이후 계속 통화창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8월5일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4억8천만「달러」에 이르고 있어 전년말비 7천4백만 「달러」나 늘고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외환보유고 증가에 따른 화폐발행요인만도 2백여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와같이 본다면 지난 6월말까지의 화폐발행고 증가는 재정적자와 금융대출 초과에 주로 원인이 있었던데 반하여 7월부터는 재정금융측이 건전화되면서 반대로 외환부문의 통화 살초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이 옳다면 연말까지의 통화금융정세는 심각한 진통을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를 제기케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연말까지는 재정면에서 추곡수매자금의 방출을 위시한 각종 정책자금이 나가야하며, 금융면에서도 왕성한 자금수요에 응해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그위에 1억2천만「달러」수준의 현금차관 허용분중 미입금분이 연말까지에 입금되어 「원」화로 방출되어야 할 것도 필연적이라면 연말까지의 통화관리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IMF와의 협약으로 연말「리저브·베이스」한도는 1천9백91억원으로 확정되었으나 7월말 「리저브·베이스」가 이미 1천8백79억윈에 이르고있어 연말한도의 여유는 불과 1백12억원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연말까지에 방출되어야하는 통화와 「리저브·베이스」한도는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것이며, 연말까지의 통화관리에 이상현상을 초래시킬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의 보다 철저한 관리를 위해 당국은 현명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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