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의 「새얼굴」은 밝다|수하르토 정권하의 정·경 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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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니의 PKI(공산당)가 재기할 가능성은 전혀없다. 불법화 된데다가 이미 국민들은 매력을 느끼지않기 때문에 발붙일 이 없다. 혹시 경제적 대혼란이 오면 다시 준동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이것도 올해4월부터 시작된 5개년 경제계획으로 생각할 수 없다.』 대내외적으로 꽤 알려져 있는 중견언론인 「묵타르·루비스」씨(「막사이사이」언론상수상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니의 현 정치정세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공항에서「호텔·인도네시아」까지 데려다준 신원을 알수 없는 한 안내인도 「닉슨」대통령이 아무사고없이 다녀간것을 보아도 우리는 민주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있었던 반「닉슨」 「데모」를 비웃으면서 『우리는 「메르데카」광장에서 「닉슨」대통령을 크게 환영했다』고 뽐냈다. 「묵타르·루비스」씨와 이름도 모르는 안내인의 이같은 이야기는 5일간의 인니방문을 마친후 기자가 느낀『인니정세의 오늘과 내일』의 판단과 대체로 부합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개발도상의 후진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구심력이 인니에서는 착실히 형성돼 가고있는 느낌이었다. 관공서거리에는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 초상화가 빠짐없이 붙어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며 강제적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수티온」장군도 융합>
PKI를 타도하고 「수카르노」를 조용한 망각 속에 파묻히게 한후 이제 「수하르토」체제를 공고히 다져놨다. 그는 이제 많은 경호원 없이「골프」장에 나갈수도 있고 농부들과 어울려 벼농사를 걱정할 수 있는 자유(?)도 누리고있다.
한때 강력한 경쟁자였던 전국방상이며 현 국민협의회의장인 「나수티온」장군도 이제는 「수하르토」체제속에 완전히 융화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수하르토」가 그동안 보인 가장 교묘하고도 탁월한 정치적 수완은 「수카르노」전대통령에 대한 처우문제였다는 것은 모두의 일치된 견해이다. 재판·해외추방등 빗발치는 일부 강경파의 주장을 물리치고 그저『사라져 가는 존재』로 만든 「수하르토」의 정치적 식견은 보통이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다. 「수카르노」 전대통령은 지금 「자카르타」교외의 「데위」부인(일녀)이 살던 저택에서 조용히 지내고있는데「인도네시아」인들은 이제는 그를 『사라져가는 측은한 노애국자』라고만 생각할뿐 어떤 『정치적 존재』라고는 보지않고있다.

<5억불 차관 얻어 새출발>
「수하르토」정권이 오늘날 당면한 가장중대한 과제는 물론 경제문제이다. 사실 「수하르토」 정권은 작년에 「인플레」의 급등때문에 파국 일보직전에 놓였었다. 물론 이때는 소련원조에 대치되어 미-일 경제원조가 대거 진출하는 과도기인 탓도 있었다. 「수하르토」정권은 금년4월부터 식량증산을 중심으로 한 제1차5개년 계획을 시작하여 여기에 소요되는 금년도 원조5억불의 차관도얻었다. IGGI (Inter Governmental Group Indonesia)라고 불리는 국제차관공여국회의에서 제공한 이 5억불의 차관은 2∼3%금리에 7∼10년 거치에다 25∼40년 기간의 상환이란 아주 유리한 장기차관인 것. 이래서 경제건설도 이제 어느 정도 기틀을 잡게 됐으며 변동이 심하던 「루마니아」화도 이제는 1불대 3백75불로 거의 안정돼 있다. 이렇게 오늘의 인니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이륙」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중론이다.

<무한한 잠재력에 희망 걸고>
그러나 「수하르토」정권이 앞으로 해야할일은 너무도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연간 개인소득 90불의 빈곤과 허탈상태에 빠진 일반 국민에 「비전」을 주어 어떻게 일정한 목표로 끌고 가느냐 하는 것이다. 인니를 방문하는 외국인이면 누구라도 놀라는 일이지만 모든 관공서나 직장, 상가할것 없이 하오2시가되면 모두문을 닫는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혹서 탓도 있겠지만 동남아에서 하오2시에 모든일이 끝나는 나라는 이나라뿐이다. 1억1천의 인니국민들이 하오3시까지 한 시간씩만 더일을 한다면 하루에도 1억여 시간을 벌게되어 그만큼 이나라 발전은 빨라지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수 없었다. 3천개 도서에 퍼져 있는 인니국민들의 손과 손을 부여잡아주고 자부심과 생기를 넣어주는일, 이것은 역시 정치적 영도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수하르토」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그가 이일을 해나간다면 무한의 잠재력을 가진 인니는 앞으로 10년내지 15년후면 동남아에서 아마 가장 부유한 나라로 등장할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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