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를 제한 말라 심야 투표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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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벌교=조남조·이민종 기자】보성 지구 재선거는 공화·신민당측이 최후 순간까지 막걸리 공세와 신경전을 벌이며 각축에 안간힘을 다해 마감 시간보다 5시간이나 늦은 밤9시40분까지 투표를 하는 등 선거사상 초유의 심야 투표 사태까지 빚어냈다.
투표함은 15일 상오2시반에야 벌교에서 보성 군청에 마련된 개표장에 옮겨졌으며 긴장과 초조가 감도는 가운데 첫 투표함이 열린 것은 3시30분.
이 때 공화당의 양달승 후보와 신민당의 이중재 후보는 흥분된 표정으로 투표함을 지켜봤다.
첫투표함에서 자기표가 많이 나온 것을 본 양달승 후보는 만면에 회색이 감도는 반면 이중재 후보는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으며 곧 이어 깬 2번째 투표함에서 두 후보의 표가 엇비슷하자 이번엔 양 후보가 안절부절.
이 같이 희비가 한동안 엇갈리다. 세번째 함의 개표가 진행될 때 양 후보는 시무룩할 표정으로 개표장을 떠났고 이 후보는 끝까지 개표장에 남아있었다. 불과 1만6천3백49명에 대한 이번 재선투표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은 선거운동 때부터 치열하게 맞붙은 여·야가 유권자의 주민등록증과 기재 착오에 대한 동일인 확인 등에 열중했기 때문인데 10개 투표소중 2개 투표소만이 마감 시간에 투표를 끝냈으며 나머지 8개 투표소에서는 밤늦도록 투표를 계속했다.
특히 벌교남국민교의 제1투표소에서는 마감시간이 가까워 지자 순식간에 4백5백명의 유권자가 몰려들었으며 전 보성서장 박종록 등 공화당 선거운동원들이 투표소에 뛰어들어 투표구 선관위원장에게 『유권자들의 투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등 여·야간의 다툼으로 1시간 가량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밤이 늦어지자 밖에 있던 일부 유권자는 철통같은 경찰 경비망을 뚫고 담을 넘어 투표장에 들어오기로 했다.
선심공세는 투표 당일에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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