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의 틈 안준 투표법 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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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이 국민투표 법안을 전반적으로 발의하자 미처 예상 못했던 신민당 의원들은 몹시 당황한 표정.
이날 본회의에 참석했던 정일형·고흥문·김영삼 의원 등은 본회의 산회 후 원내 총무실 간사를 공화당 총무실에 보내 국민투표법안 10여벌을 얻어 와 제각기 검토를 했는데 이민우 의원 같은 이는 옥외 집회를 제한하고 있는 등 문젯점이 많다고 국회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공화당은 법안을 극비리에 만들어 제안, 발의를 단숨에 해치웠으며 소속의원들에게는 이 법안의 처리를 위해 귀향을 중지하라는 분한을 총무이름으로 13일 발송-.
『내국세 증수만으로 세입을 잡은 것은 부당하다』고 신민당에서 배척받고 있는 수해 복구 추경예산안은 편성이 조잡하다는 이유로 공화당에서도 소박을 받아 그야말로 사면초가.
제2차 추경예산안은 13일 영빈관에서 열린 공화당 간부회의에 회부됐으나 최치환 의원 등이 『각 부처별 내용조차 되어 있지 않은 예산을 내놓은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호통을 쳐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는 것.
특히 이번 추예안은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공화당 예심-국무회의 의결-국회제출이라는 관례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국무회의에서 속결하여 국회에 낸 뒤 당의 심의를 사후에 받으려 한 것이 더욱 당측의 노여움을 샀다고.
개헌문제와 결부되어 여·야의 대결이 치열했던 보성 일부 재선은 14일 별 말썽없이 투표가 진행되었다.
공화당의 양달승 후보부인 김흥기 여사, 신민당 이중재 후보 부인 최연진 여사는 아침 일찍부터 제1투표소인 벌교 남국민학교 교문에 나란히 서서 투표하러 들어가는 유권자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제1투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온 양 후보는 남국민학교 교정에서 이 후보와 마주치자 『당신한테 내 표를 던졌소』라고 말을 건넸고 이씨는 『선거해 보니까 그렇게 안되던걸…』이라고 받았다.
공화당에서는 정내정·길전식·이우헌 의원 등이 각 투표소를 돌아다녔고 신민당에서는 정성태·박영록·박병배·송원영·김응주·양회수·김상현·김수한·이기택·박재우·김정열·김현기 의원 등 12명을 각 투표소에 참관인으로 배치됐는데 이들은 전날 밤 각 부락에서 밤을 새우며 공화당의 야간행동을 감시했으나 별로 걸려든게 없었다고. <벌교=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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