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 통일일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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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분산 돼 있는 각종 기본 통계 업무를 경제기획원 통계국에 일원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우선 내년 4월부터 한은이 맡고 있는 도매물가지수산출, 산은의 광공업 센서스 및 연차조사, 산업생산지수산출 업무 등을 경제기획원에 이감키로 했다.
이 같은 통계일원화 방침은 지난 5일의 통계위원회(대학교수·생산성본부·한은·산은·기은의 조사부장으로 구성)가 기본 통계를 정부에 일원화시켜 통계 상호간의 연관성을 높이도록 건의한데 바탕을 둔 것이며 그동안의 현안 과제에 단을 내린 것이라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그리나 통계위원회가 일원화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일원화 된 통계 내용의 신빙성과 기술적인 문제 등을 에워싸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부 결정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러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체로 지금까지 중공업 통계를 담당해 온 산은 도매물가지수 산출을 60년이나 계속해온 한은 이번 일원화 대상에서는 제외 된 농업 및 농가 경제 통계를 맡고 있는 농협, 학계·경제단체 등은 다같이 일원화 원칙에는 찬성하고 있으나 신빙성에 대한 고려, 일원화 시기 한은·산은 등 지금까지 통계를 직접 맡아 왔던 기관의 일부 정책 기능 마비 등을 문젯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은은 도매물가지수 산출을 담당하고 있는 법적 근거가 한은법36조, 37조, 38조 규정에 의한 것이며 통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통화가치 측정에 필요한 업무인데 이것을 넘기게 되면 통화가치 측정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또 60년동안이나 전문화한 업무인 만큼 기술적인 문제도 고충해서 정부에 재고를 요청중이다.
또 산은은 과거에 생산 통계를 산은으로 일원화할 때 1년이라는 시일이 걸렸던 만큼 내년4월l일부터 정부가 맡겠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빠른감이 있으며 융자업무에 있어서도 동태 파악이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등의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견해는 담당통계를 직접 넘겨야 할 당사자의 입장에서 나온 것이고 학계나 경제단체에서는 한결같이 통계의 신빙성 문제를 심각하게 내세우고 있다.
한기춘 교수(연세대)는『도매물가지수와 산업생산지수가 정책의 기본이 되는 통계인데 그 담당기관인 한은이나 산은의 산출방식에 허점이 없는 한 정부에 일원화하는 것은 동기면에서 정상화하기 어렵다.
또 기술적으로도 정부가 수용 태세를 갖추지 못한 단계에서 전문기관이 10년내지 60년동안 육성해 온 것을 담당한다는 것은 시간을 두고 더 검토해야 할일』이라고 논평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시설·인력·재정이 넉넉한 기관에 일원화하는 것은 찬성하나 행정의 평가 대상이며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정부가 통계 업무를 모두 맡는다는 것은 여러면에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경련은 국부통계, 광공업 및 상업센서스 등 국민 경제의 기본 통계를 정부가 관장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특수한 성격을 띤 전문 통계, 이를테면 물가 같은 것은 중립적인 전문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통계 일원화 문제는 그 원칙 자체를 찬성하면서도 뒤따르는 부작용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통계의 요체가 정확·신속·신빙성에 있는 만큼 이러한 세가지 요건 구비가 어느 방식을 택했을 때 보다 개선될 수 있느냐에 역점이 두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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