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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회담 '장수' 돌연 바꾼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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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호(左), 김기웅(右)

15일 개성에서 열릴 남북실무회담을 사흘 앞두고 우리 측 수석대표가 전격 교체됐다. 통일부는 지난 6~7일과 10일 각각 열린 1·2차회담 수석대표를 맡아온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대신 김기웅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을 협력지구지원단장으로 임명해 대표단을 이끌도록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곧 북측에 15일 열릴 3차 실무회담 대표단 명단을 보내면서 수석대표 교체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호 전 단장은 ‘인사대기’ 발령이 났다. 아직 새로운 보직을 받지 못한 상태다.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수석대표가 경질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호 전 지원단장은 개성공단 문제를 오랫동안 담당해 왔고 대북 접촉 경험도 풍부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1년 후배로 장관의 신임도 두터웠다는 점에서 낙마 배경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경질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회담을 더 잘해보자는 뜻”이라고만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뤄 왔던 고위공무원단 인사의 하나로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교체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13일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통해 서 전 단장과 김기웅 신임 단장 외에 새 정세분석국장에 이정옥 남북교류협력회의사무소장을 임명했다.

 특히 15일 실무회담부터 본격적으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향후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회담을 오래 주도할 수석대표를 발탁한 것이라고 통일부는 강조했다. 회담이 탄력을 받을 시점에 대표를 바꾸기보다 협상 초기인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새로 수석대표를 맡게 된 김기웅 단장은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근무했으며 청와대 통일비서관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다. 200회 이상 남북회담에 간여했고, 이명박정부 때 개성공단사업지원단 지원총괄팀장을 맡아 개성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과 과거 협상테이블에서 4, 5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투가 한창인데 장수를 바꿔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회담 진행과 관련해 모종의 문제가 발생해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남북회담에 오래 관여한 전 통일부 당국자는 “협상 도중 대표를 바꾼 걸 보면 공개되지 않은 회담 진행 상황이나 발언 등에서 문제가 생겨 청와대가 전격 경질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최대석 대통령직인수위원의 급작스러운 사퇴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점을 거론하며, 정부가 남북회담 대표를 바꿀 때는 국민에게 보다 분명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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