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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는 귀태 … 박 대통령은 유신 꿈꾸는 듯"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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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고, 그 장녀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행보가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유사하다.”

 11일 민주당 홍익표(사진) 원내대변인이 발표한 당 공식 논평에 담긴 표현이다. ‘귀태’란 생소한 표현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청와대는 “대선 불복과 막말이 특정 정당 내에서 거의 스타일, 유행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이정현 홍보수석)고 비판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왜 개혁 대상인지 보여주는 발언”(조원진 의원)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적절치 않은 표현이란 지적이 나왔다.

 홍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책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강상중 저)에 귀태란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자에다 태아 태(胎)자”라며 “일본제국주의가 만주에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의 귀태로 박정희와 노부스케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라고 했다.

 이어 홍 대변인은 “아베 총리는 노부스케의 외손자고, 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라며 “두 분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남재준씨는 제2의 김재규나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의 시해는 권총만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시해도 있다. (남 원장이)사실상 대통령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자칫 남재준 대통령, 박근혜 국정원장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최근 국정원장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비꼬기도 했다. 논평에 대해 홍 대변인은 기자의 통화에서 “국정원을 박 대통령이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보고, 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귀태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나.

 “ 그간 우리는 국정원과 청와대는 분리돼 있다고 봤었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과 국정원의 잇따른 행태로 그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치적 시해란 표현도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재규가 그랬던 것처럼 정보기관을 활용하는 정권의 결말은 비참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논평을 전병헌 원내대표와 상의했나.

 “내 개인적 생각이다. 디테일한 내용을 일일이 원내대표에게 보고하진 않는다.”

 홍 대변인은 노무현정부 시절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2007~2008년)을 맡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관여했던 대북 전문가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을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이에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승복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에게 승복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며 “승복도 소양이고 리더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선 불복론이 자주 등장하는 야당의 분위기를 꼬집은 것이다. 김행 대변인도 “금도를 넘어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금도를 넘어선 얘기를 쏟아내는 건 민주당이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치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조원진 의원도 “친노 그룹이 김한길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해 계속 정치를 싸움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오늘 발언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과 홍 대변인 스스로 귀태가 되지 않으려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대변인은 “‘귀태’란 표현은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확대 해석돼 대통령에 대한 인신 공격으로 비춰졌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인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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