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과 매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24일자 신문에「여고생이 피팔아」라는 기사를 읽고 느낀점이 많다.
밀린 공납금을 물기위해 3백80cc의 피를 1천원을 받고 팔아야만 했던 여고생들의 딱한 사정을 단순히 경제적·사회적 문제만으로 받아넘길수는 없다.
『피는 재생되는 것이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2개월이상의 간격을 둔 채혈은 의학적으로 무해하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있지 않다.
더구나「신체발부수지부모」라는 유교사상에 젖어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헌혈운동이 커다란 장애를 받고있기 때문에 『돈없는 사람만이 피를 뽑아판다』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블의의 사고나 큰 수술에 대비하는 현대의학의 발달은 수혈수요를 격증시키고 있어 매혈자들이 평균 2개월에 7.5회 이상의 무리한 채혈을 감행하고 있으나 수요량이 모자라 빼앗기는 생명이 허다하다.
무리한 채혈로 오는 매혈자 자신의 빈혈은 물론 환자에게도 질이 좋지않은 피를 줌으로써 크게 국민보건을 해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사정.
단순히 학비조달을 위해 소매를 걷은 여고생들의 피가 환자와 매혈자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국민보건에 조금이나마 헌신한 사실을 깨달을 때 매혈에 앞서 그 피의 고귀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피는 진하면서 귀중한 것. 생명의 활력이라고 하는 피를 경시하는 풍토에서 매혈은 빈곤의 대명사처럼 되어있으나 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국민모두가 가져야겠다.
피부족으로 생명을 앗기는 환자에겐 매혈의 피만이 아니라 헌혈의 피가 더 필요한 것이다.
결코 돈만으론 바꿀수 없는 사랑의 헌혈운동이 국민 스스로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매혈제도가 헌혈제도로 된다면 이 땅에선 피를 팔아 산다든지 공부한다든지 하는 비극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