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중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은(24일) 중복.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한층 짙어졌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산으로 강으로 몰려가 잠시나마 도심의 무더위를 피하곤 한다. 이때는 또 일년중 견공들의 가장 큰 수난기이기도 하다. 너 나 할것없이 「보신탕」을 찾기 때문에 시내 곳곳 음식점은 「보신탕전문」이란 새로운 간판을 붙이고, 보신(?)을 하기위해 모여드는 신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평소 집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들도 보신이라는 매력에 끌려 자주 이용한다는 친구들의 경우를 보고 적이 놀란적이 있다.
우리는 혼히 개나 말등에는 사랑 애(愛)자를 붙여 부른다. 이들 동물은 인간의 말을 잘 듣고 또 그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는 감히 부르지 않는 「애」자를 붙여주는 것이 아닌가한다.
지난해 여러차례의 무장공비 침투때는 우리용사와 함께 공비들의 뒷덜미를 끝까지 추격, 적지않은 공을 세운데도 개들의 노력이 많았다.
일선 모무대에서는 공비를 잡다 전사한 군견의 묘지를 만들고 비석까지 세워주었다는 흐뭇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개를 후히 기르지는 못할 지언정 여러 도시민들의 일급요리로 이용된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들의 말을 빌면 한낮에 뜨거운 보신탕을 한그룻 들이켜면 흠뻑 땀을 흘려 몸이 개운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발한 요법으로 여름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뜻인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도 막상 보신탕을 먹는다는 것을 자랑하지 못하고 비밀로 하는것을 보면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요즘엔 곳곳에 「사우나도크」가 많이 생겼으니 흘리고 싶은 땀은 흠뻑 그곳에서 흘려 주었으면 싶다. 삼복(삼복)의 복자는 사막옆에 개가 나란히 있는 글자이며 또한 엎드릴 복자다.
『털을 가져서 사람보다 더 덥고 땀구멍이 없어 더욱 고생스러우니 여름보신은 보다 영양이 풍부한 영계백숙을 즐겨라』는 견공들의 호소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