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마키아벨리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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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충고/김영희 지음, 생각의 나무, 1만7천5백원

"위대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을 로마 공화정 최대의 논객 키케로 이래 서양이 낳은 불세출의 언론인이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니겠다.…그는 언론이 보통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정보를 '해석이 빠진 슬로건'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그는 감각의 랩소디(광상곡)에 머물 뻔한 정보들을 유용한 지식으로 정리해 냈다. …나는 리프먼의 그림자도 따를 수 없지만, 그는 나의 이상이요, 롤(역할)모델이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사진)의 '마키아벨리의 충고'는 시사 칼럼을 모아놓은 흔한 종류의 책들과는 격을 달리 한다.

그 이유는 저자가 머리말 '월터 리프먼에 기대어'에서 밝힌 대로 리프먼의 미덕, 즉 '해석이 담긴 정보'에 충실하려 한 글의 성격 때문이다. 1998년 이후 중앙일보에 써온 칼럼 '김영희 대기자의 투데이'를 주제별로 재분류한 이 단행본이 갖는 특장(特長)은 알고보면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에는 '촌티'를 찾아볼 수 없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자극하는 좁쌀정치"(3백1쪽)에 대한 훈수 내지 감상법에 빠져들지않고 대부분의 글들이 국제적 시야라는 보편적 지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미덥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그의 글들은 스스로가 정한 원칙이었다. "국내문제는 국제적 시각에서, 국제문제는 한국과의 관련 속에서만 쓴다"는 게 그가 밝힌 칼럼집필의 큰 원칙이다.

이런 성격은 '마키아벨리의 충고'의 분류에서도 확인된다. '국내정치의 현주소'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 화합을 향한 대장정' '지구촌 분쟁과 미국의 패권주의' '아시아 시대의 개벽을 꿈꾸며' '세계사 속 교훈들과 우리의 반성' 등이 그것이다.

적지않은 경우 그의 글들은 '해석'을 넘어 아카데믹한 엄밀성을 유지한다. 이런 요소 역시 짧을 수 밖에 없는 신문 글의 한계를 넘어서 이 책을 '지난 5년 한국사회의 모색'으로 평가하게 한다.

미 조지메이슨대 철학과와 미주리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한 김영희 대기자는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창간멤버로 중앙일보에 참여해 워싱턴 특파원, 편집국장을 거쳐 국내 대기자 제1호를 기록했다. 제6부에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이어령, 테오 좀머, 슬라보이 지젝 등과의 대화를 실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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