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토부·안행부 '취득세 충돌' 공개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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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내 일 행복 자활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한 뒤 행복자전거 서비스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간에 벌어지고 있는 불협화음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 경고했다. 주택취득세 인하를 놓고 벌인 두 부처 간의 ‘기싸움’에 제동을 건 것이다.

 박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주택 매매 활성화를 통해서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하는 국토부와 지방 재정을 걱정해야 하는 안행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문제는 국민들과 밀접한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들 간에 먼저 내부적인 협업과 토론이 이뤄져서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언론에 부처 간 이견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부처를 겨냥한 대통령의 작심한 듯한 발언에 모두들 평소보다 경청해서 듣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문제점에 대한 회복이나 개선이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측면을 보여왔다”며 “부처 간 벽 허물기와 협업을 강조했음에도 두 부처가 언론을 활용해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며 일종의 ‘언론 플레이’를 한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와 안행부는 지난달 말로 적용 시한이 끝난 주택 취득세 감면 문제를 두고 한 달 넘게 신경전을 벌여왔다. 포문을 연 건 서승환 국토부 장관. 서 장관은 지난달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2~4% 적용하고 있는 취득세율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항구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겐세일하듯이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또 시간이 되면 연장해주는 것은 정책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 장관의 발언 이후 논란이 커지자 안행부 이주석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지난 1일 기자실을 찾아와 “취득세 인하 조치는 지방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이를 주무 부처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면 조치를 시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후 두 부처의 엇갈린 입장과 주장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해야 할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경제부총리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주무 부처와 협의해 개선대책을 수립한 후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타하진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취득세율 인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렇다 할 지방 세수 보전 방안을 찾지 못해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약 취득세 기본세율을 올해 상반기 한시감면 수준(1~3%)으로 영구적으로 낮출 경우, 줄어드는 취득세는 연간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일은 부처 간 조율이 안 된 게 노출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두 부처가 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 점이 특히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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