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 들고 옥상으로 … 풋살로 땀 빼는 도시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 한강로동 아이파크몰 7층 옥상에 자리 잡은 풋살장 올인파크 전경. [사진 아이파크몰]

#1. 30대 독신남 A씨는 퇴근 후 길 건너 쇼핑몰 옥상에 생긴 풋살장에 도착해 팀원 다섯 명을 만났다. 활동적인 성격의 그는 자주 공을 만질 수 있고 공수가 빠르게 바뀌는 풋살이 축구보다 더 재밌다. 가볍게 만나 공을 찬 뒤 음료수 한 잔 하고 헤어지는 것도 깔끔해서 좋다.

 #2. 주말을 맞은 40대 남성 B씨는 가족과 함께 쇼핑몰로 향했다. B씨는 옥상 풋살장으로, 아내와 딸은 의류매장으로 자연스럽게 갈라졌다. 경기 후 아래층으로 내려간 B씨는 쇼핑을 마친 가족과 영화관으로 갔다. 조기축구 회원이었던 B씨는 가족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풋살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5인제 축구 풋살이 도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풋살(Futsal)은 축구(포르투갈어 futbol)와 실내(프랑스어 salon)의 합성어다. 약 20m×40m 넓이의 경기장에서 5명이 한 팀으로 벌이는 미니 실내축구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은 “넓은 경기장이 필요한 축구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반면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풋살은 도심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풋살은 서울·대전·울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약 20만 명이 즐기고 있다.

 접근성이 좋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은 풋살장이 들어설 최적의 장소다. 풋살이 발달한 일본은 도쿄에만 10여 개 경기장이 쇼핑몰 옥상에 설치돼 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아이파크몰 7층 풋살장 ‘올인파크’는 매달 온라인 예약을 받는다. 저녁시간대는 1~2시간 만에 매진된다. 1개 구장으로 운영하던 아이파크몰은 지난달 성인용 제2구장과 유소년용 구장을 추가 개장했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은 낮부터 밤까지 예약이 꽉 찬다. 매달 1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한 달에 두세 팀은 오전 1~3시에 구장을 쓴다.

 경기장이 도심에 생기자 문화도 변했다. 주말에 모여 공도 차고 술도 마시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조기축구 대신 평일 저녁에 만나 가볍게 공을 차고 헤어지는 풋살클럽이 늘었다. 아이파크몰 홍보마케팅팀 염창선 대리는 “풋살은 도시인에게 어울리는 스마트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쇼핑몰이 풋살장에 공간을 내주는 건 매출 증대에도 효과가 있어서다. 아이파크몰은 풋살장 개장 이후 샤워효과(백화점 맨 위층에 소비자가 몰리면 아래층의 매출도 늘어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염 대리는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스포츠용품 매출이 매달 20~30% 신장됐다. 식당과 편의점도 손님이 늘었다”고 밝혔다. 청주 롯데마트 역시 풋살장을 운영하며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디다스는 아이파크몰과 함께 올인파크를 만들며 풋살 보급에 힘을 보탰다. 풋살 관련 제품도 출시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5월부터 6월까지 전국 아마추어 풋살대회인 ‘컵 247’을 열었다.

 축구협회는 풋살이 풀뿌리 축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은 “국내 최고의 풋살리그인 FK리그도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다. 하지만 프로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 기업 구단을 유치하는 것보다는 지역 밀착형 클럽 위주로 발전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풋살은 잠재력이 크다. 경기장이 작아 광고판이 잘 보여 방송 중계에 적합하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풋살을 새 수입원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