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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서 돌아온 박정환소위 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온밤을 걷는 강행군이 계속되었다. 새벽녘에서야 우리는 「배트콩」사령부인듯한 어느 큰 절간 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약60명의 월남군 포로들이 있었다. 그가운데는 상사인 남편이「배트콩」 에게 붙잡혀가자 「죽어도 남편을 따라가겠다』고 따라온 월남여인도 한사람있었다. 또 중국인도 3명이나 있었는데 한사람은 군인이었고 2명은 얼음장수였다. 나는 그들과 말벗이되어 이내친해졌 다. 그들은 나중에 석방될때 허리춤에서 돈 4백「피애스터」를 꺼내주면서 몹시 섭섭하다는 표정 을 지을 만큼 서로 위로하며 지냈다.
절간의 「배트콩」 사령부에는 심지어 발가락이 끊어지고 없는 불구자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 었으며 민간인 노인들은 뒤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온종일 방공호를 파고있었다.
그곳에서 다시 포로의 석방 심사를 했다. 60여명의 포로가운데 민간인을 포함한 10여명이 석방된 뒤 우리는 또다시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아마 방향으로봐서 서쪽 인성 싶었다. 도중2대의 미군 「팬텀」기가 「정글」속의 「베트콩」 부락을 폭격하여 온 「정 글」 이 불바다를 이룬광경을 보았다. 행군은 흡사 지옥의 길을 걷는것이었다.
내발바닥은 부르틀대로 부르텄으며 채씨의 다리상처도 조금 아문듯했었으나 강행군을 다시계속하 자 터지고 말았다. 물이 가슴팍까지차는 늪지대를 여러번 건너게되어 채씨는 쓰리고 아픈 상처에 못견디어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방향은 다시 북쪽으로 돌려서 「동탐」으로 향하고있었다.
행군은 4일동안 계속되었다. 이동안 「베트콩」의 길잡이들은 대충 30km마다 한번씩 교체되는 듯 했다. 좀 널따란 길은 미군의 폭격으로 군데군데 구덩이가 파져 있었다. 그 때문에 「베트콩」의 보급품은 수레로 나르지 못하고 여자들이 머리에 인채 이 부락에서 저 부락으로 운반해 주곤했 다.
기다란 보급품의 운반행렬이 지나갈때마다 우리의 행군은 잠싯동안정지되곤했다.
나는 특히 「베트콩」들의 집중감시를 받아 이루말할수없는 고통을 겪었다. 그들은 항상 AK대검 을 꽂아대며 나를맨 선두에 내세워 걷게 했다.
어느날 몹시 지친 나는 언덕을 올라서는 찰나 그만 앞으로 쓰러졌다. 순간 총검을대고 따라오 던 「배트콩」놈은 내가 도망치는줄알고 등을향해 총검으로 찌르려는게아닌가. 그 찰나 나는 몸을 슬쩍 피했다. 아마 그런동작을 두고 자연반사라고 하는가보다. 총검이 내옷을 꿰뚫을만큼아 찔했던 순간이었다.
「베트콩」은 내가 도망치려는것이 아닌줄 알자 안심한둣 내버려두었다. 그때 그 총검에 찔렸더 라면 난 그자리에 쓰러져 죽었을는지모른다. 4일째 강행군끝에 우리는「배트콩」의 포로수용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1백여명의 월남군포로가 수용돼있었다. 장교들의 모습도 보였으나 외국인이 라곤 우리둘뿐이었다. 수용소뒤는 넓고 깊은 늪지대였으며 앞과 양옆에도 꽤넓은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야자수잎으로엮은 나지막하고 좁고 긴두개의 막사가 있었고 통나무로된 수 용소문이 달려있었다. 채씨는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몹시앓았다. 그곳의 월남군포로들은 채씨를 한가운데다 두고 삥둘러앉아 마치 노리개나 대하둣 발로 차보며 월남말로 희롱했다. 그중에도 꽤뚱뚱한놈이 짓궂게 굴기에 나는 참다못해 놈을 발길로 차고 대들었다.
그때 「베트콩」의포로감시책임자인 「안·머이」란자가 막사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몹시 성을 내면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울람』(몹시나쁘다)이라고 소리치며큰몽둥이를들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나는 「베트콩」장교앞으로 끌려갔다. 그는 나를 자기앞에 앉힌후 『왜 같은 포로 로서싸움질하느냐』고 꾸짖었다.
내가 『저 친구들이 몹시 말이 많아 한 대 쳤다』고 말하자 그는 『우리 민족은 말이 많으니 이 해하라』고 하기에 되돌아왔다.
수용소에 있은지 며칠째되는 어느날, 「안·머이」 와 「베트콩」장교는 나를 불러내어 수많은 「배트콩」과 포로들이 있는 앞에서 태권도시범을 해보라고 강요했다. 「베트콩」장교는 주먹만한 돌하나를 들고오더니『한번깨어보라』고했다. 그러자 나한데 태권도를 배운듯한 월남군포로1명이 『돌이 너무 작아 안된다』면서 박치기와 팔꺾이를 시켜보라고 충동했다. 어쩔수없음을 알고 『이 왕시범을 할바엔 놈들을 한번 놀라게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배트콩」장교에게 『시범이 좀 심해도 좋으냐』고 몰었다. 그가 『좋다』 고 대답 하자마자 나는 「베트콩」장교의 손목을 잡고 꺾으면서 발로 걷어찼다. 그는 『꿍』 하며 나가떨 어지더니 눈이 휘둥그래지며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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