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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은 담배값을 몰랐다 -서울침투 조장잡은 7순의 기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남해안을거쳐 서울에침투했던 무장간첩2명은 담배가게를하던 한노인의 기지로 거뜬히잡혔다.
6월12일 하오5시40분쯤40대의 신사가서울용산구○○동 윤복동노인 (68· 가명)구멍가게에들러 1백원짜리를 내고 신탄진1갑을산후 거스름돈40원은 받을생각도 안했다.
윤노인은 『이사람이 혹시나』하고 머리를 스쳐가는것이 있었다.
얼마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동반회의를 할 때 간첩에 대한 계몽연설이 생각났다.
신사는 어수룩한 윤노인에게 『심부름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혼자 말하듯이 했다.
윤노인은『우리방으로 들어와조용히말하자』고했다. 신사는 빳빳한 5백원권1백장뭉치를 내보이며 「트랜지스더· 라디오」 1대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사다주면 「라디오」값을별도로주겠다고유혹, 두눈을 꿈벅거리며 가슴속의 돈뭉치를 슬쩍꺼내보였다.
윤노인은 『우리집 지하실이 안전한데 하숙할 용의가없느냐』 고 한술더떴다.
신사는 반가운 표정으로 좋다고 말했다.
윤노인은 「라디오」 를 사온다면서 밖으로나가 용산경찰서로 뛰었다.
서장 김대양총경과 정보3계장 김기원경위는 간첩으로 만점, 초동타격대를출동시켜 동네 어귀를 막고공작반 무술형사 12명으로윤노인집을 포위했다.
윤노인은 「라디오」 를 사왔다면서 신사를 밖으로 불러냈다.
대기중이던 12명의 형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격투끝에 불잡았다.
간첩김은 당수2단이었다.
한편 간첩 김창원과 헤어진 오형식은 14일밤 18세대까지 살던 서울시내 모처로 찾아갔다.
오늘 집에 들렸다.집에는 며느리 인 (가명)만 있었다.
『여기가 최동수 (최모씨맏아들·가명)댁이냐』 고물은 오는 『그렇다』 는 김여인의대답을 듣고 아무말없이 마루에 걸터앉았다.
밤9시쯤 돌아온『외삼촌!형식이가 돌아왔읍니다』 고 말하는 조카오를보자 깜짝 놀랐다.
동수씨가 『6· 25때없어진 자네가 어떻게 나타났느냐?』 고 묻자 오는『행처없이 다니다 고향에돌아왔다』 고 말했다.
오는 이북에서 오지않았느냐는 길문에 이북에서 내려왔다고 시인하고 북괴를 찬양하는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부러 시간을 끌어가며 때로는 놀라는척 때로는 고개도 끄덕이며 오를 안심시켰다.이동안 어머니가 뒷문으로 슬그머니빠져나가 4촌동생 (22)에게경찰에연락할것을 부탁하고 뒤돌아와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4촌동생은자전거를 다고 십리길을 달려 노량진경찰서신동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은 초동타격대와 향토예비군을동윈,부락을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허기진 배를마음껏 채우고 피곤에지처 저절로 잠이든 오는 갑자기 문을 박차며『손들라!』 는 고함소리에 버쩍 손을 들었다.
오의 발목에는 어느틈에수갑이 채워지고, 몸을뒤져 내의속에 감춰온 공작금도찾아냈다.
경찰이 노획한 간첩장비는 권총2정, 수류탄6개, 톱1개, 대검2개, 배낭 2개, 비상식량(흰쌀)1자루, 「트랜지스터·라디오」 1대, 야전삽1개, 상륙용 5만분의1지도 4장, 「민족의 태양」 등 불온서적 22권, 무전기, 「안테나」지선, 「배터리」 등 모두 56점이다.
▲김창원=경기평택출신, 해방이후 평택군민청위원장으로 복역중 6·25가 터지자 북괴의용군에 자진입대, 월북한후 북괴공업성지도원으로 활약했다.
66년5월 북괴중앙당에소환되어 약 2년동안 밀봉교육을 받은후 지난4일남파되어 소위 북괴가 말하는 결정적 시기까지 정치인을 포섭하고 지하당을 구축할것을 주임무로하고 포섭된자를 대동월북하라는지령을 받고있었다.
▲오형직=6·25당시 서울 경복중학교 5학년에재학중 월북,괴뢰군화학지도원등을 역임한후 원산농대 교수등으로 활약하다가 김과함께 대구중앙당에소환,2년간 민봉교육을 받은후남파됐다. 특히오는학원에침투, 학생을 포섭, 선동해서학원질서를 교란하고 학원내지하당조직을 주임무로 하고있었으며 학생1명을포섭, 대등월북하라는 지령을받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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