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창십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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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맹자」에 있는 얘기지만 드높은 언덕위에 자리 잡고 앉아서 진기한 상품들을 파는 상인이있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띈다는 지리때문에 몹시 장사가 잘 됐다.
여기서 용단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리고 상인에게 과세를 하기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한다. 장사에 필요한것은 판단만이 아니라 「타이밍」이라는것도 중요하다. 가령 지난 얘기지만 음력 5月5일의 단오절에는 청포에 목욕하는 행사가 있다. 그 창포를 하루지난 6일에 얻게된다면 아무쓸모도 없게된다. 같은 얘기로 구월구일 중양의 명절을 장식할 국화가 하루 지난 10일에 도착한다면 꽃이 아무리 아름다와도 별 쓸모는 없게된다.
이래서 때를 놓친 것, 제 때에 대어오지 못한 것을 두고 육창십국이라 하지만 기업자에게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까 결함부분 문제로 「코로나」차의 시중거래가격이 10만원씩이나 띨어진것과 때를 맞춰서 새 「포드」6기종차의 판매가격을 엄청나게 비싸게 매겨놓는다는 것도 기업정신과 부합되는 얘기라고는 할수 있겠다.
이런 때에 적정가격을 따져 본다는 것부터가 쑥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적정가격논의는 「코로나」차때부터 있었다. 값이 지나쳤다면 후에 그만큼 구매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말까지 나왔던 것 같이 기억된다.
그러나 그후 모든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시비가 국회에서 었었다는 것까지도 잊게 되었다. 이번 「포드」 신형차가격문제도 우물쭈물 넘어가게 될게 아닌가 여겨진다.
한동안 말썽있던 냉장고며 TV등의 값에 조금도 변동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얘기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만 유통되는 경제학의 원칙인지는 몰라도「판단」과 「타이밍」 에 의해서만 「적정가격」이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것도 모르고 「적정가격」 을 따지겠다는게 도시 몰상식한 얘기인지도 혹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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