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코트서 빛난 정현 "시니어 메이저 우승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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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 트로피를 보여 주고 있다.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한국 테니스의 기적을 이뤄낸 정현(17·삼일공고)이 개선했다. 정현은 8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렵게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우승을 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윔블던 테니스 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을 했지만 그는 만족할 줄 몰랐다. 코트에서처럼 인터뷰를 할 때도 정현은 씩씩했고, 의젓했다.

 정현은 지난 7일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열린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전미라(35)가 이 대회 주니어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거둔 적이 있다. 이후 19년 만에 남자 단식에서도 결승 진출 선수가 나왔다. 정현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한국 테니스의 저력을 알렸다.

 주니어 랭킹 41위인 정현은 윔블던의 깜짝 스타였다. 16강에서 1위 닉 키르기오스(18·호주)를 꺾으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6위 보르나 코리치(17·크로아티아), 30위 막시밀리안 마르테레르(18·독일) 등 강호들을 연달아 제압했다. 우승까지 기대했지만 정현은 결승전에서 7위 잔루이지 퀸치(17·이탈리아)에게 0-2(5-7, 6-7)로 졌다.

 부상이 아쉬웠다. 정현은 2세트에서 2-1로 앞설 때 얼굴을 찡그리더니 메디컬 체크를 받았다. 오른 발바닥에 하얗게 물집이 잡힌 그는 붕대를 감고 뛰었다. 정현은 “물집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테니스 선수라면 당연히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현을 가르치고 있는 윤용일(40) 삼성증권 코치는 “준우승을 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정현이 윔블던 잔디코트를 처음 밟아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윔블던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치러진다. 하드와 클레이코트에서는 펄펄 날아다니는 톱랭커들도 낯선 잔디코트에서 초반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현은 “1년 내내 뛰어도 잔디코트에서 경기하는 건 윔블던 대회 하나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조건이었다. 내게 어려울 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정현의 목표는 더 높아졌다. 그는 “(한국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던) 이형택(37) 선배를 뛰어넘고, 시니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윤 코치는 “정현은 세계랭킹 10위권에 들 수 있는 재목이다. 백핸드 기술과 집중력은 세계 톱클래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서브와 네트 플레이 등을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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