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했다…추락 여객기 '작은영웅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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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사고에서 헌신적으로 승객들을 대피시킨 승무원들의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다리 다친 초등학생을 업어서 구조한 김지연 (30) 선임승무원, 꼬리뼈 골절상을 입은채 구조활동을 벌이다 비행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탈출한 이윤혜(40) 최선임 승무원 등이 감동 사연의 주인공.

샌프란시스코의 조앤 헤이스-화이트 소방국장은 승무원들을 ‘영웅’이라고 칭하며 경의를 표했다. 그는 “승무원들이 많은 남자와 여자 승객들을 비행기 밖으로 구출하는 데 힘을 모았고, 생명을 구함으로써 놀라운 팀워크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주어진 시간은 ‘90초’

7일 미국 USA투데이는 “사고 항공기에서 승객들을 구출한 한국 승무원들은 ‘90초 규칙’을 잘 지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항공사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 90초 안에 탈출할 수 있는지가 생사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전했다.

또 CNN은 “이번 사고에서 승무원들은 탑승객이 비상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승무원 훈련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고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 초등생 업고 뛰고…

사고 당시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무원은 모두 12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7명은 사고 당시 충격으로 실신했고, 나머지 5명이 승객들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 현장에 남아있었다.

이들 가운데 김지연 선임승무원은 사고 당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직접 들쳐업고 500m 이상을 뛰어 대피시켰다. 아이는 비행기 안에 불이 붙자 겁이 나 울음을 터트리며 탈출하지 못했고 이를 본 김 승무원은 학생을 안고 뛰어내렸다.

◇ “꼬리뼈 부러진 것 몰랐다”

이윤혜 캐빈매니저(최선임 승무원)는 8일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승객들을 신속하게 탈출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생명의 위협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비행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탈출한 이윤혜 승무원은 당시 꼬리뼈 골절상을 입은 사실을 모른 채 구조에 임했다. 그는 끝까지 현장에 머물다 의료진의 권유에 마지못해 병원으로 향했다.

이 승무원은 인터뷰에서 “랜딩하면서 (허리를)다쳤던것 같다. 나중에 병원에서 꼬리뼈가 부러졌다고 했다. 탈출하는 과정에선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 승무원은 당시 골절상으로 인한 통증때문에 앉지 못하고 선 채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이윤혜 승무원은 1995년 3월 입사한 19년차 승무원으로 14회나 우수승무원에 뽑힐 만큼 평소에도 모범적인 인재로 꼽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승객 유진 앤서니 나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몸집도 작은 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면서 “그녀는 영웅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안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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