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의 일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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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는 오늘도 잠든 아가의 머리맡에 앉아 이젠 제법 두툼해진 일기장을 펴들고「펜」을 잡는다. 단조로운 생활에서 나는 아기를위한 일기를 적는 순간 엄마로서의 가장 큰 보람과 즐거움을느끼게끔됐다. 세상에 태어나던 그날부터 날마다 변해가는 귀여운 우리 「철이」의산기록이요 희망에 찬 영원의 장인인 것이다.
사나운 파도같은 용맹을, 높푸런가을하늘처럼 맑은 인품을, 아니 밤하늘에 반짝이는 샛별의 영롱함을 모두 「철이」의 것으로 영원하고 싶다.
먼 훗날 우리 「철이」가 자라면 엄마가 써논 일기를 차곡차곡 읽고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된다면 나는 더바랄게없다고 조용히 느껴본다.
그리고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란 귀여운 재롱을 날날이 「카메라」에 달아 일기장에 붙여주지못하는 가난한 살림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서옥·서울시 마포구 창건동 9의3 3통4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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