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론 도입과 문제점|국제 추세의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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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로·달러」금리가 한때 13%수준에 육박하고 미국에 잇달아 각국이 「프라임·레이트」와 재할금리를 인상하는 등 최근에 나타난 이상적 국제고금리추세는 쉽사리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가열함이 비길 데 없는 이 국제금리전쟁의 와중에서 정부는 또 솔선해서 외자도입사상최고율인 연리 9·5%조건으로 「뱅크·론」(은행간차관)을 도입하여 여러모로 중대한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정부가 이렇듯 단기고리의「뱅크·론」을 교섭하기는 연초부터다. 외환수급계획에 3천만불의 금융기관차입을 계상하고 정춘택 주미재무관을 통해 그 동안 현지에서 교섭을 계속 해왔고 이번에 이재설 재무부재정차관보가 도미, 계약을 채결한 것이다.
이 차관은 미국의 「리맨·브러더즈」증권회사가 중계했는데 정부가 추진중인 외채발행도이 회사가 중간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전례없이 불이한 「뱅크·론」을 도입한 이유로서 정부당국자는 ▲앞으로도 외자는 계속 도입되어야 하는 만큼 그 방식을 다양화하고 ▲국제금융시장을 개척하며 ▲「뱅크·론」이 장기적 안목에서는 유리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어겨버린 정부방침>
그러나 문제는 왜 이렇게 조건이 나쁜 현금차관을 서둘러 도입, 외채상환부담을 가중시키고 5년 이상의 유리한 것이 아니면 허용치 않는다는 정부방침을 스스로 어겨야했느냐에 있다.
차관원리금상환부담액은 금년에 이미 9천3백만불에 달하고 70년에는 1억3천만불 (68년말추계)로 1억불선을 돌파하여 73년에 가서 「피크」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상환기일이 73년 이후에 닥치는 장기현금차관만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새웠었다. 그런데도 금년 들어 단기현금차관이 계속 도입되고 있는 것은 외환수급계획상의 경상역자7천6백만불은 메우고 대외신용유지를 위해 연말외환보유고를 적정수준에서 유지하려면 자목계정의 흑자폭을 단기고리차관에 의존해서라도 대폭 확대해야할 만큼 국제수지사정이 악화하고또 종래와 같은 유리한 조건의 외자도입이 어려워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결과 금년 들어 정부가 허가한 내자조달용 현금차관은 ▲한전3천만불(3년거치 7년상환연리6·5%∼8%) ▲대성목재1천만불 (5년후 일시상환·8%) ▲한일합직1천3백만불 (동) ▲신진자동차5백만불 (동) ▲태흥산업8백만불 (3년거치 8년상환·8%) 등 민간에서만 6천6백만불에달하여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요인을 형성하고 있다.

<어려워진 석관획득>
정부는 계속해서 나머지 5백만불도 주택은행을 차주로 하여 주택자금으로 쓰도록 계획을세우고있으나 고금리차관의 도입부대경비까지 따지면 연14%의 주택자금에 전용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딜레머」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가 도입한 상업차관금리는 62연에 최저 연4·5%까지 있었으나 68년이후부터는고금리의 영향이 심화하여 연8%이상의 고리차관이 몇 개씩 나타났다.
공공차관은 최저3·5% 최고 5·75%수준에 거의 변함이 없지만 차관획득이 어려워짐으로써 전반적 고리차관의 누증을 불가피하게 했다.
연도별 상업차관금이추세는▲62년6·5%▲63년4·5%∼6·5%▲64년55%∼6·5%▲65년5·5%∼6%▲66년5·75%∼7%▲67년5·5%∼5·75%▲68년6%∼8·5%였으며 금년 들어서는 8%수준의 현금차관이 부쩍 늘어났다.
이 같은 고금리추세와 병행하여 연도별 상업차관확정액도 누증하여 규모확대와 고금리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노출시켰다.
이러한 고금리추세는 우선 고금리사채가 긴축을 의미하는 만큼 차관획득이 어려워질 것을암시하며 채무국의 상환부담을 가중케 한다.
또한 총체적 외환의 지출부담을 늘리는 것과 함께 개별업체의 상환부담도 가중시켜 경영면에 난점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내금리에 대비한 차관금리의 저수준, 실세와비교한 저환율등의 여건으로 사업이 유리한 입장에서 추진되어 왔기 때문이다.

<국제금리전쟁계속>
국제금리전쟁의 불씨는 미국이 월남전 개입이후에 강력한 금융긴축정책을 채택한데서 발단된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제유동성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이래서 3년 전부터 국제금리는 상승기미를 보여왔고 잇단 「달러」「파운드」화의 부안, 금파동등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그리고 미국 안의 부족한 자금사정은 「유로·달러」의 금리까지 올려 6월10일에는 연12%라는 사상최고 (금년2월에는 8%)를 기록했으며 지금도 10%수준을 견지하고있다.
그런데 불정국의 안정화, 월남전축전 등으로 고금리추세는 약간 완화되었으나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국제금융전문가들의 관측이다.<현영호·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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