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도 ‘삼겹살 전성시대’ 왜?

미주중앙

입력

“저렴한 주유비, 저렴한 소갈비 가격, 저렴한 골프 비용!” 한인이민자들에게 본국과 비교,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었던 국내 상황의 대표적 이유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미 본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고유가시대’가 선포되면서 자동차 유지비로 인해 얄팍해 지는 지갑을 경험하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쇠고기 가격 폭등’ 소식으로 소갈비 식사가 서민들의 식탁이나 외식문화에서 그림의 떡이 된 지 오래다.

그뿐인가. 박세리로부터 박인비에 이르기까지 태극 낭자들의 세계 골프대회 석권 소식 만큼이나 한인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치솟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황제 스포츠’란 별칭이 남아있는 것이 본국의 현실이었다. 반면 수년전까지만해도 국내 환경은 한인 생활의 주요 관심사인 ‘기름값, 쇠고기값, 골프값’이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했다.

이같은 이유들이 지난 세월 한인들의 ‘거창한’ 이민 동기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 고단한 이민의 삶을 위로하는 충분한 이유는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계속된 세계경제 악화의 여파로 인해 이같은 국내 이민사회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7-8년 전 리터당 60센트 선이던 기름값이 연일 리터당 1.28달러 선을 웃돌며 가장 눈에 띄게 오른데 이어 이제 파운드당 4.99달러하던 소갈비 가격이 10.99-11.99달러로 크게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외 바베큐 모임이 잦은 올 여름, 대부분의 한인들은 예년과 달리 바베큐 메뉴를 LA갈비 대신 삼겹살 또는 돼지 목살로 대체하고 있다. 옥빌에 거주하는 임해나(43)씨는 “고기 도매상에 가도 갈비 두대에 8.99달러 이상이며 일반 소매점에서는 갈비 두대에 10-12달러나 한다.

본국 가격을 생각하면 여전히 저렴하지만 예전 생각을 하면 이젠 손이 안간다”고 전했다. 노스욕 거주자 이혜원(45)씨도 “7-8가정이 함께 모이는 정기 야외 모임에서도 예년에는 소갈비 바베큐로 즐겼지만 올해는 삼겹살과 고등어로 대신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캐나다 한인사회의 바베큐 풍경도 10년 전 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라고 씁쓸한 미소를 떠올렸다.

이안나 기자 anna@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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