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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김양건 정조준 … 잘못된 남북 관행 바로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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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양건

김양건(71)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대남총책이다. 당 국제부장을 거친 외교 관료에서 2007년 3월 통전부장 임명을 계기로 대남통으로 변신했다. 그해 10월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2011년 사망)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때 유일한 북측 배석자로 김 위원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은 정황이 회의록에서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은 5일 “최근 북한 권력 내부에서 김영남(85)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퇴임하고 김양건이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돌 정도로 김정은 시대에도 잘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무산된 남북 당국회담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김양건이 북측 단장으로 서울에 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도 그가 남북문제를 논의할 책임자란 판단에서였다.

 6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당국 간 실무회담을 계기로 김양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동 중단 석 달째를 넘긴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다. 김양건 부장은 개성공단의 문을 닫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공단이 풍전등화에 처한 4월 8일 현장에 들러 “우리(북) 종업원들을 전원 철수한다.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란 담화를 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김양건의 이런 조치와 비난 담화 등이 부당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비록 김양건의 대남 압박이 먹혀들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남북관계의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다. 특히 대남정책 최고책임자가 전면에 나서 공단 폐쇄와 대남 비난을 가한 데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함으로써 쐐기를 박는다는 카드도 준비한 것으로 회담 관계자는 귀띔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남북관계를 상식과 규범에 맞게 재정립하고 진화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공단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의제 중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란 대목이 이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 4일 공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책건의 자료에서 “개성공단은 단순한 원상회복이 아니라 국제규범에 입각한 발전적 정상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일방적 조치에 공단이 흔들리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남북 당국 간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내 시설과 장비 점검 문제는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장마철을 맞아 기계설비가 녹슬거나 생산차질을 빚는 등 업체 피해(통일부 추산 7067억원)가 늘어나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은 남북한이 이미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반출 문제는 양측의 입장 차가 나타날 수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는 즉각적인 반출 허용을 북한에 촉구한다는 입장인데, 북측은 공단 재가동 문제가 합의돼야 반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발전적 정상화’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은 공단 중단 사태를 남북 양측의 ‘쌍발과실’로 몰아가며 조속한 재가동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대표단은 재발 방지와 새로운 경협 틀 마련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라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런 동상이몽(同床異夢) 때문에 자칫 예정된 회담 일정을 넘기거나 결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회담 합의가 탄력을 받을 경우 고위 당국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남북한이 이미 개성공단 문제뿐 아니라 이산상봉 등을 포함한 당국회담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누가 만나느냐보다 당국 간 상호신뢰와 존중의 분위기가 되도록 틀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5일 오후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과 허영호·원용희(직책 미상) 등 3명의 회담 대표 명단을 통보해왔다. 남측에서는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수석대표로 통일부 홍진석·허진봉 과장이 나간다. 회담은 6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 회담장인 통일각에서 시작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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