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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그 카오스의 심연에 투영된|현대·현대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볼드윈」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이성 및 동성의 연애관계를 통해서 그들 자신의 신원 (즉 존재) 의 본질을 발견하려고 한다. 『또 하나의 나라』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라이트」의 소설에서처럼 사회적 항의가 아니라 복잡한 성관계 즉 「섹스」의 낭만주의이다. 「볼드윈」은 인종문제의 해결점을「섹스의」의 융합관계에서 포착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루푸스」나 「아이더」는 「니그로」가 백인국에 보내는「섹스」의 대표선수가 아닌가. 적어도 「섹스」의 경기에 있어서는 「루푸스」나「아이더」는 언제나 승자가 된다.
「비거·토머스」는 흑인의 십자가를 지고 처형을 당하며 「보이지 않는 인간」은 지하실에서 자기의 신원탐색의 여로를 멈추며「루푸스」는 백인여성을 성적으로 정복은 했으나 실직에서 오는 실의와 절망 때문에 자살을 하고 만다.
작년에 발표한 그의 네번째 장편 『기차가 떠난지 얼마 되었나 말해다오』도 다만 흑인 주인공「리오·프라우드해머」가 배우라는 점만 다르지 인종문제와 「섹스」를 다룬 점에서는『또 하나의 나라』와 비슷하다. 여주인공은 백인 「바버러·킹」이며 「리오」와 이성의 연애관계를 맺는다. 「리오」는 자기보다 젊은 친구 「블랙·크리스토퍼」에게 끌린다. 「크리스토퍼」는 열렬한 흑인 혁명가이다.
이 소설에『또 하나의 나라』와 다른 어떤 새로움이 있다면 폭력을 강조한 점이다. 「크리스트퍼」가 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리오」에게 했을때 「리오」가 그래도 흑인의 수효가 적어서 안된다고 하니까「크리스토퍼」는 초기의 기독교도가 그랬다고 대꾸한다.
요즘 공민권쟁취「데모」와 폭동이 빈번한 사태를 감안할 때 누적된 흑인문제의 해결이 무력행사 외에는 있을 수 없다고 「볼드윈」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비거·토머스」, 「보이지 않는 인간」, 「루푸스·킹」, 「블랙·크리스토퍼」등-각 소설의 주인공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서 그「이미지」가 다른점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흑인이 군림할 자기 세계가 있다고 자부한다면 그들의 문학은 그 세계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새로운 의식·「아프로·아메리컨」문학의 어기찬 맹아는 바로 거기에 있다.

<랠프·엘리슨 (1914∼)>

<제임즈·볼드윈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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