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작 불모지대|양악80년-한국악단의 문젯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금년은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80년. 한국음악협회는 이를 기념하는 음악인대회와 「심포지엄」을 31일 하오「아카데미·하우스」에서 갖는다. 한국악단의 현실과 음악인의 권익옹호를 주제로한 이「심포지엄」의 발제강연자는 백병동(작곡가·창작음악의 문제) 장혜원(피아니스트·연주가의 문제) 장창환(서울교육대교수·음악교육의 문제)제씨. 당면한 우리 음악계의 문제들을 검토, 분석함으로써 앞으로의 「비전」을 찾기 위한 이「심포지엄」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작곡가의 임무(백병동)=흔히 연주는 있어도 작곡은 없다는 말들을 한다. 신음악이 들어온지 80년에 연주는 어느정도궤도에 올랐는데 작곡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는 얘기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작곡가의 사명이다. 그러나 작곡가가 마음놓고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쉽다.
우선 작곡료와 재생료 지불에 관한 저작권보호문제를 법제화해야한다.
우리 연주가에게는 우선 우리작품이 있어야겠다. 연주가가 즐겨 다룰 수 있는 작품을 갖추는일은 무엇보다 급하다. 새로운 가곡을 보급하는 일은 시급하며 음악잡지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연주가들이 우리작품에 대한인식을 새로이 하여 기탄없이 위촉·의뢰하여 한국작품을 한국연주가들이 중요한 「레퍼터리」로 삼아달라는 것이다.
작곡가들은 또 조로증에서 벗어나 작곡하는 작곡가가 되기 위해 기법을 탐구하고 음악미를 추구하는 연구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한국적인 음악, 음악의 계보확립이 요청된다.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우리고유의 정서를 예술적으로 승화했을 때, 우리는 한국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적」이요, 우리가 지향할 길이다. 그러나 반드시 국악의 기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술관의 확립이 더 중요한 것이다.
▲연주가의 전망(장혜원)=우리가 당면한 큰문제는 먼저 연주가와 교육가가 전문적인 입장에서 구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 교수로는 국제적 수준인데 비해 연주의 경우는 오히려 자기돈을 쓰는 형편이다. 연주료와 재생료가 빨리 규정돼야겠다.
연주가의 연주활동을 도울 「매니지먼트」가 전혀 없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것이 연주가의 현실이다.
연주가의 성장을 막는 또 하나의 원인은 연주를 들어줄 청중과 공연무대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시내 중심가에 음악전용의 소극장의 건설과, 지방순회공연체제가 이뤄져야겠다.
외국연주가의 초청에도 문제가 있다. 외국연주가의 음악회에서 가끔 질적으로나 연주면에서 기대에 어긋나는 때가 있다. 많은 외화를 쓰고 우리연주가의 무대마저 뺏는 외국인연주는 세계적인 명성과 연주수준을 충분히 참작해야겠다.
이와 아울러 우리연주가들의 우리작품 연주가 자주 있어야겠다.·
이와같은 사회적여건과 함께 연주가 자신의 예술에 몰두하려는 신념이 무엇보다도 아쉽다. 세계무대에서 촉망받는 젊은 연주가들이 고국에 들어와서 우리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보장이 있어야겠다.
▲음악 교육의 문제점(장창환)=음악용 예능과 교육이 필요한 것은 현대인의 전인적도야에 따른 생활교육을 위해서다. 학생들의 심미적인 심성도야나 생활화한 음악으로서 체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예능교육이 부가적인 지위밖에 안되고 있으며 입시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남고에서는 거의 음악수업이 없는 실정이다.
학교교육에서 음악교육이 목표하는 바를 다하지 못할때 일어나는 사회적 영향과 인간교육의 차질은 더 큰 문젯점을 내포한다.
학교 「커리큘럼」의 정상운영과 현교과과정에 대한 문교부의 재검토가 요구되며 학교음악시설의 정비가 시급하다. 「피아노」는 고사하고 「오르간」조차 변변히 마련 못한 학교에서 어떻게 음악교육이 이뤄질수 있겠는가. 더우기 음악감상을 위한 전축이나 음반이 없는 학생들이「라디오」나 「텔레비젼」을 통해 「재즈」음악에 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교사들의 수업에 임하는 자세와 교사자신의 재교육도 문제이며 특별활동을 통한 음악교육의 원활한 성취가 바람직하다.
문교부나 교육위원회, 그리고 학교재단이 음악교육시설·운영을 정상화하도록 열의를 보여야 할 것이며 음악교사의 처우개선도 시급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