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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영역 개척한 거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세계문화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이란은 전세계에 있는 본사취재강과 본사가 입수하는 1백여종의 외국신문·잡지를 참고로 마련, 매주 1회 게재한다.
1819년5월31일 「롱아일랜드」의 가난한 농부요 떠돌이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이렇다할 교육도 별로 못받고 방랑생활로 전전하면서 독자적인 시세계를 개척하여 일약 「아메리카」의 자랑이요, 상징적인 존재가된 「휘트먼」의 연륜이 이미1백50을 헤아리게되었으니 감회가 깊고 또 여러가지면으로 뜻깊은 바 있다. 『나는 「휘트먼」하나의 우주. 「맨해턴」의 아들, 떠들썩하고 육적이요, 관능적이요, 먹고 마시고 또 낳고』라고 대담하게 노래했듯이 그는 철저한 자연인이요, 피가 뛰는 산현실의 인간이었다. 단한권의 시집<풀잎>(Leaves of Grass)은 아홉차례의 개작과 증보로 시종한 그야말로「라이프워크」였다.
이 시집이 뜻하는 것은 이념면에 있어서는 이단적인 민주주의 혁명이었고 형태면에 있어서는 과감한 전통파괴를 통한 자유시수립의 선구역할의 실현이다. 인간의 최하층인 창부, 걸인, 범죄자에서부터 학자, 미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의 주제가 되지않은 것이 없다. 또 공장을 노래하고 기계를 노래하고 과학을, 인류애를 노래한다. 민주주의의 시인으로서 현실시인, 과학·종교·사회 시인으로서 그는 시의 영토를 확장개척한 거성이었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개성과 자아를 파내려간다. 또 『나는 1백%「아메리카」인』이라며 「아메리카」적인 이념에 충실한다. 더구나 별다른 영향도 받은바 없이 돌연변이와도 같이 운율이며 격따위시의 모든 현실을 독자적으로 과감하게 깨뜨리고, 언어를 해방하는등 본격적인 자유시「장르」를 창시했으니 더욱 놀라운 일이다.
그는「아메리카」이념의 거울이요, 「아메리카」인의 전형일뿐 아니라 세켸적인 불후의 개혁가요, 독창가다. 그의 시는 낡은 땅에 새로운 해방이라고 한 논자는 말했다. 방황하는 오늘의 시단, 혼란된 인류에게 그의 이념과 정신의 재인식 재고가 아쉬운 예언의 시인이었음을 되새기게 된다. <유영 (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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