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마이너리티 리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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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봤다.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밝은 색 옷을 입지 않고 사람들이 너무 많다.

2054년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무덤 속의 토마스 제퍼슨을 불쾌하게 만들 것이다.

또 미국민권자유연맹(ACLU)도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권리장전에 약한 사람들은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할 것이다.

톰 크루즈가 읽어보고 스필버그에게 전해 준 필립 K. 딕의 1956년작 단편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블레이드러너'(이 또한 1982년에 딕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나 'D.O.A.'(1988년작 말고 1950년작)와 같은 명작에서 보여줬던 스릴과 오싹함, 그리고 창조성을 갖고 있는 어두운 미래 지향적 이야기이다.

스필버그와 크루즈는 뛰어난 이야기꾼들이다. 둘은 실제로 영화로 수억만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둘의 최근작인 'A.I.'와 끔찍했던 '바닐라 스카이'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들은 제대로 해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대성공작이다.

크루즈는 법무부의 정예 프리크라임 반장 존 앤더튼으로 나온다. 생긴 지 6년된 프리크라임은 사람들이 살인을 범하기 전에 미리 범죄자를 체포하는 실험 단계의 경찰 조직이다. 유죄 선고를 받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고루한 개념은 이제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에서의 예언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단지 1세기가 지났을 뿐이다.

여기서 3명의 예언자 '프리 콕스'는 하루종일 큰 탱크 속에서 떠다니며 살인이 일어나는 모습을 예지한다.

이 사실은 당국에게 보고되고 그들은 프리콕스의 꿈속의 단서를 이용해 살인자들이 사람을 죽이기 전에 그들을 추적한다.

이 새로운 강력반은 마치 계획된 살인이 지난 일이 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우발적 범죄만이 이제 그들의 걱정거리이고 이와 같은 상황은 범죄발생 이전에 범죄현장에 도달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일을 불가피하게 한다.

미래의 충격

프리크라임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려 하고 미래의 흐름으로 주목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의 지지자들은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라고 말한다. 앤더튼의 상사인 라마 버지스도 이들 중 하나다. 전설적인 배우 맥스 본 시도우가 이 역을 맡았다.

법무장관은 프리크라임을 전국적으로 배치하라는 서명을 하기에 앞서 참모 대니 위트너를 보내 마지막 점검을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위트너는 콘린 페렐이 연기한다. 그가 누군지 모른다면 알게 될 것이다.

이 훌륭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는 외모도 크루즈 못지 않고 아일랜드 사투리마저 완벽하다. 그리고 영화 중 그의 미국식 발음은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아주 조금 상영됐지만 훌륭했던 '타이거랜드'(2001)와 말도 안돼는 2차 세계대전 영화 '하트의 전쟁'(2002)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페렐을 아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위트너와 앤더튼은 최고의 남성들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서로를 매우 의식하고 서로를 시험한다. 위트너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앤더튼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가 미래의 살인자로 모함을 받아 자신의 부하들로부터 쫓기기 전까지는 그랬다. 누군가가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 앤더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가 영화에서 "다들 도망친다"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다.

재치있는 결말

스필버그는 관중을 앤더튼의 악몽에 점점 깊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인 갈등을 훌륭하게 이끌어 낸다.

영화의 미래지향적 요소들은 매우 훌륭하다. 스필버그는 여러 '미래 전문가'들에게서 50년 후에 있을 법한 일들을 자문 받았다고 한다. 씨리얼 박스에 영상 광고가 붙는다든가 홀로그램 영화상영을 가능케 하는 컴퓨터는 우리 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 중 몇 가지일 뿐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시나리오로 먼저 쓰여진 것들이다. 시나리오 작가 스콧 프랭크('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와 존 코헨은 12살짜리가 코웃음 치지 않을 만한 수준의 액션 가득한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 아주 상쾌하다.

지하철 속의 감독 카메론 크로우와 호텔 사무원인 탐 크루즈의 사촌 윌리엄 매포더('침실에서' 2001)가 잠깐 까메오로 출연하는 것도 찾아 볼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지루하고 게으른 여름날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HOBART, Paul Clinton (CNN) / 윤소원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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