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개성 중단 3개월 … 재개 여부 결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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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가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된 지 3개월 되는 날이다. 이날 공단 입주기업 일부가 결국 공단 철수 결정을 내렸다.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계·전자업체 46곳이다. 장마철 습기에 망가질 위험이 큰 민감한 설비들을 가진 곳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부터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평화 국토대행진’을 벌여 공단 재개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단 폐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단 입주기업들은 마지막 순간에 몰리고 있다.

 기업인들은 “빈사상태에 놓인 기업의 회생과 바이어 이탈 방지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공단 폐쇄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도 했다. 완전 폐쇄도 아닌 상태로 더 이상 끌고 가는 것은 기업들만 죽이는 행태라는 뜻이다. 사실 3개월 동안이나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어느 기업이 잘 돌아가던 공장을 갑자기 문을 닫고 3개월이나 버틸 수 있는가.

 기업인들은 2주 전에 이미 철수 결정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했었다. 당시 이들은 설비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만이라도 공단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었다. 이마저 안 받아들여질 경우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목소리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박근혜 대통령 중국 방문 소식에 묻혀 버렸다. 결국 기업들은 공단 철수 결정을 내리고 설비들을 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남북한 당국은 이런 현실을 사실상 외면해 왔다. 지금껏 남북 당국이 한 일이라곤 개성공단 뒤처리를 위한 당국회담을 열지 말지를 두고 입씨름한 것이 전부다. 북한은 어제 뒤늦게 기업인들이 장마철 피해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가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몇 차례 그랬던 것처럼 툭하면 공단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행태를 되풀이하도록 할 순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기업인들에게 피해 보상을 위한 지원을 하면서 공단 재개여부에 대한 결정을 늦춰왔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쓰지 않고 있는 교류협력기금이 얼마든지 있으니 공단 입주기업이 망하면 보상해주면 된다는 생각인지 모른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 3개월이나 기다렸는데 더 이상 얼마나 기다리라는 건가.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과 달리 언제까지고 재개되길 기다릴 수 없는 곳이다. 정부가 북한에 양보를 해서라도 공단을 재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하루빨리 영구폐쇄 결정을 내려야 한다.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더 기다려보겠다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 구실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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