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문회의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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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신문화의 요람이던 광문회가 근대화의 물결에 밀린 도시계획선에 걸려 헐리고 말았다. 육당이 1910년 나라 잃은 한을 달래고, 고문예의 부흥과 민족의 계몽을 위하여 사재를 털어 넣어 지은 집이 광문회요, 광문회는 단순한 출판사만이 아니고 망국의 설움 속에서 새로운 건국을 다짐하던 최고지성인들이 모여 세계대세를 논하던 사교단체의 집합소이기도 했다.
신문화 60년의 발상지의 하나요, 성지로서 길이 간직되어야 할 광문회 건물이 시당국과 문화재관리국의 무관심 내지는 무지에 의하여 자취조차 감추어져 버린데 대하여 온국민은 무한한 슬픔을 달랠 길이 없다. 시의 문화행정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시당국자는『우린 그곳이 그런 곳인줄 꿈에도 몰랐다. 왜 그 동안 말 한마디 없다가 이제 헐리고 난 후에 그러느냐』면서 이제야 대책을 연구하겠다고 했다한다. 이러한 언명은 시공보 행정에 종사하고있는 사람으로서는 언어도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 초부터 수개의 신문이 광문회의 보존을 주장하였고 방송·TV등 언론기관에서 여론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제원절차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하여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여론에 대한 귀머거리인 시의 비문화성·비민주성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여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육당 최남선씨의 영식인 최한웅씨는 서울시에 찾아가 ①원대지를 시의 보존문화재로 지정, 이곳에 복원공사를 해주든지 ② 기타 적절한 곳에 복원공사를 해주고 원대지에 기념푯말을 세워주든지 ③ 육당과 인연이 있는 우이동 소원에 복원해주고 원대지에 기념푯말을 세워주든지 세가지 방법중 하나를 택해달라고 호소했다 한다.
우리는 최교수의 이 제안이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원대지가 이미 타인에 귀속되어 벌써 헐리어 버린 이상 원대지에서의 복원보다는 여기에는 기념비를 세우고, 육당과 가장 인연이 깊은 우이동 소원에 복원케하여 육당기념 박물관으로 하든지 신문화 발생기념관으로 하여 향토문화재로서 영구 보존해주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도시계획이나 외관미화에만 치중하고 있는 서울시행정의 맹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서울시는 향토문화재보존을 위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 이다. 그 한 방법으로는 민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의 자문에 따라 향토문화재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가 2백년 밖에 안되는 미국의 도시마다 향토문화재가 지정되어 이를 자장하고 관민이 이의보존에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낡은 것만이 문화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시행정 당국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민간인들도 문화재 보존회 같은 기구를 두어 문화재의 지정이나 보존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신문화의 발상지나 신문화의 기념물도 이를 보존·보호하는데 있어 주조시대의 고문화의 보존에 못지 않은 열의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서울특별시나 각지방행정당국도 문화재보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요, 이를 위하여 도시계획에도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며 문화공보부도 지정문화재의 보호보존만을 힘쓰지 말고 신문화재의 지정·보존에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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