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통한 북괴간첩단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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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중앙정보부는「유럽」및 일본을통한 대규모 간첩사건을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이사건의 관련자는 모두 60여명이고 그중 이미 체포되어 구속 문초를 받고 있는 자가 16명인데 그 속에는 공화당전국구 국회의원 김규남, 법학박사 박대인 (가명) 등이 들어있다한다. 그리고 현재 구속조사를 받고 있지않는 잔여관련자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통하여 계속 수사중에 있는데 늦어도 23일까지는 그 수사를 종결지을 방침이라한다.
이 사건은 아직도 수사가 진행중에 있기 때문에 그 전모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이미 발표된 내용만 보아도 67년 동백림을 거점으로한 대남 공작단 사건에 못지않게 규모가 큰 간첩사건임을 알 수 있다. 북괴는 소위『결정적인 시기』에 대비하기위해「유럽」에 유학중인 한국학생이나 재일교포학생들을 포섭하여, 이들을 동백림 또는 평양등지로 데려가 밀봉교육을 시키고 지령을 주고 한국에 침투시킨다음, 국내에 합법적인 거점을 구축하여 각계에 진출, 은연중 사회주의혁명기운을 조성했다가 남한정세가 혼란해지면 민중을 봉기케할 목적으로「유럽」과 일본지역을 무대로 대규모간첩단을 조직, 암약케했는데 이번에 그 일당이 타진된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공화당전국구 국회의원 김규남이 간첩이었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는 평양까지 내왕하면서 세뇌를 받고 온 자인데 이런 자를 어떻게 국회의원으로 지명·당선케 할수 있었던가. 공화당으로서는 그개인의 경력이나 사상동태를 충분히 조사치 않고 공천을 주었기 때문에 이와같이 터무니없는「미스」를 범하게 된 줄로 알지만, 이번 사건의 경험은 앞으로 정당이 전국구의원을 공천하는데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준 것이다.
대저 북괴는 남한에 대한 무력침투와 아울러 합법적인 형태로 지하당을 재건키 위해 오래전부터 광분하고 있는데 한국내에 직접 잠입하는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해외에 나가있는 유학생들을 포섭하였다가 간첩 임무를 띠고 귀국시키는 우회전술을쓰고 있다.「유럽」제국이나 일본등은 대중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아 공산주의 활동에 대해 합법성을 부여하고서도 견디어내는 민주국가들인데 이들 지역에 유학하고있는 한국학생들이 공산세력과 피로써 대결하고있는 조국의 특이성을 망각하고 흐리멍덩한 자세를 취하게 됨으로써 북괴의 접선대상·포섭대상이 되는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 나가있는 유학생중 간첩으로 검거된 자들이 적지않게 있다고해서 이들 지역에대한 유학을 억게할 필요는없다. 그렇지만 이들지역의 유학생이 적색사상에 물들지 않도록 정부는 해외공관을 통해 꾸준히 선도해 나가도록 해야할것이고 그들의 생활동태. 사상동태를 충분히 파악토록 노력해야할것이다.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식인들이 자꾸만 공산당의 앞잡이로서 검거당한다는것은 그들에게 뚜렷한 자유의식과 반공신념이 없기때문인것이니 이점 지식층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할줄로 안다. 당국의 수사 노고를 높이 치하하면서 다시는 이런사건이 생겨나지않도록 모든 국민이 경각심을 바짝 높여주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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