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생원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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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2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고양이가 쥐를 그토록이나 증악하게된 까닭에는 이런 전설이 얽혀있다.
원래는 쥐와 고양이의 사이도 좋았다. 그러나 옥황상제의 동물 소집일에 장난기가 생긴 쥐가 고양이에게 소집시간을 일부러 늦춰서 알려줬다. 그리고 자기는 편안하게 소 위에 올라타 가서는 문앞에 이르러 껑충 뛰어내려 들어갔다.
그래서 쥐가 12지의 첫째가 되고, 소가 그 다음이 되고, 시간에 대어가지 못한 고양이는 12지에서 빠졌다. 고양이의 원한은 이때부터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런 고양이도 왠지 요새는 우리네 주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쥐의 성화가 부쩍 늘어난 것인지, 또는 쥐의 맹위에 이제는 오히려 고양이가 겁을 먹게 된 것인지.
전에는 쥐를 보고 곧잘『쥐생원』이라고 불렀다. 삐쩍 마른몸매에 늘 겁을 먹은듯한 표정이 꼭 남산골 샌님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쥐가 사람까지도 위협해가며 있는 것이다. 쥐의 수명은 대충 2년 반 밖에 안된다. 그러나 그 짤막한 동안에 암쥐 한마리가 2백62만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서울인구의 2배가 넘는 8백만 마리의 쥐가 살고 있는 것 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매일 갉아먹는 식물도 한마리에 20g씩이라고 보면 1백60t, 8만명의 사람이 먹는 음식이 달아나는 셈이다.
쥐들이 갉아먹는 가재들이며, 이들이 퍼뜨리는 전염병들 까지 생각한다면 사람에게 주는 피해는 끔찍스럽기만 하다.
낮에는 사람들의 차지인 서울의 대도시가 밤에는 완전히 쥐생원들의 점령지대가 되는 셈이다. 언젠가 미국「시카고」의 한 신문에서도「알·카포네」가 사라진 다음의『밤의 대통령』들은 쥐들이라고 경종을 울린 적이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일대 쥐잡기 작전의 D「데이」를 15일 저녁7시로 잡았다. 쥐의 번식기는 3월∼6월. 쥐의 섬멸작전도 이 동안에 있어야한다.
그러나 D「데이」는 한번만으로 끝나서는 효과가 없다. 두어차례에 걸친 집중적인 공격이 있어야 비로소 다소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번 쥐잡기가 끝나면 사람들의 밤잠을 괴롭히는 쥐족의「게릴라」전도 잠시나마 잠잠해질 것이다. 그때에는 쥐보다 훨씬 덩치가 큰 인쥐에대한 D「데이」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여러차례에 걸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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