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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인|조국수호엔 고달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사단에 있으면서 서울 구경을 못나갑니다.』 서울 근교 ○○지구에 자리잡은 육군제○○사단의 참모장 서승한 대령은 후방부대라고는 하나 전방부대 못지않게 바빠진 요즘의 생활을 말하고있다.
『전후방을 가리던 것은 옛날입니다.』
월남근무을 마치고 돌아와 이곳에 보직된지 3개월이 되어가도록 서울구경은 고사하고 월남있을때부터 떨어져있던 대구에있는 가족도 가끔 찾아 볼수 없을만큼 틈이없다는 하소였다.
늘어나는 북괴의 도발행위에 따라 각군의 방위태세는 빈틈없이 조여지고 그만큼 장병들의 군역도 고되어졌다.

<심산계곡도 정들어>
○○지구에있는 육군제○○사단 수색중대의 김모일병은 『처음엔 도저히 견디어내지 못할것같애 옮겨달라고 부모님들을 괴롭혀 드리었죠. 이제는 낯선데로가기도싫고 고된훈련이 오히려 몸에익숙해졌읍니다.』고 검게 그을린얼굴에 건강한 미소를 활짝피워보였다. 『어떻게군대생활을마치나 공포심마저 생겼었습니다.』 이제는 봉우리에서 멧부리로 줄을타고 외치는 「야호!」소리가 메아리지는 험한 계곡도 정이 깊이든 동료전우와같이 떠날수없다는 그의 말이다.
아침6시에 일어나 밤10시 「취침점호」가 있을때까지 고달프나 즐거운 일과가계속된다.『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위하여 값있고 영광되게 몸과마음을 바친다』는 「군인의길」을 새벽하늘을향해외치면 젊음에 찬 하루생활은 시작되는 것이다.

<휴식은 있을수없고>
유격훈련, 태권도훈련을비롯, 새로운 장비에 대한 교육을받는한편 때로는 진지구축작업에 또는 전술도로공사작업으로 하루는 어느새 메워진다. 『좀더 먹었으면 하는정도가 아니라 때때로 한없이 먹힐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살이 찌고있습니다.』 매일 생선국은 맛보고 1주일에 3번씩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수있어 콩나물도 먹지 못했던 옛날 사정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장병들이 일과후면 피로를 풀수있었던 술도 여기서는 마실수없게됐다.

<영내서는 술못마셔>
얼마전까지 보병학교에서 특수요원에게만 실시하던 유격훈련은 요즘엔 전장병이 받도록 하고있고 희망자에게만 실시하던 태권도교육도 모두의 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군은 각부대가 총병력의 5%이상이 유단자, 10%이상이 4급, 나머지 85%가 6급을받도록 방침을 세워 중대단위까지 통일된 교범을 배분했다.

<해공군도 예외없이>
이런 생활은 고되다. 그러나 심신을 단련하여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하고 적의 침략을 분쇄할 투지와 용기를 장병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만큼 전투력은 높아지고있다. 휴전선의 경계강화, 진지요 새화등 끊임없는 일과속에서 젊은장병들은 꿈조차꿀 여념이없다는얘기다.
특히 9백마일의 해안을 지켜 북괴의 해상침투를 막아야하는 해군의 고충과 끝없는 하늘에서 언제 올지 모를 적의 기습공격에 대비해야하는 공군은 그만큼 긴장의 계속속에 생활이 이어져야한다. 『해상근무로 한달 이상 바다에떠있는동안 난방장치라곤 라면을 끓여먹을곤로뿐 모든 것이 얼어붙었죠, 우리가 얼지않은것이 기적입니다.』 소형 쾌속정(WPB)으로 해상경계임무를 해온 해군의 한하사는 지난 울진·삼척지구 공비침투후를 이렇게 회상했다. 『미국에서 도입한 이 소형함정은 월남에 보낼예정이었답니다』 그래서 난방시설이 안돼있었다는것.

<인사관리 개선필요>
3년간을 월남에서 대대장등을 지내고 온 육본의 김모중령(정규육사1기출신)은 장병의 사기와 군의 전통을 위해서도 처우향상과 인사관리재도의 개선이 획기적으로 단행돼야 한다고 보고있다.
군인생활을 천직으로 믿고 정치나 다른것을 떠나 오직 군무에 봉사하도록하기위해서는 최저의 생활보장이 되어야겠다는것 특히 장기복무하사관과 초급장교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시급한 문제라는것. 젊고유능한 젊은이들이 군을 떠나지 말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처우개선과함께 신진대사를 원활히하여 같은 계급에 오래 머물러 두게하는 현재의 인사관리제도가 크게 발전돼야한다고 김중령은 말하고 있다.
김중령은 4년제정규육사과정을 마친 11기의한사람, 올해 10월쯤 대령에 특별진급할 4명을 포함 모두들대대장급 중견장교들이다. 금년에 25기까지 나온 정규장교들이 이제 군의 전통을 굳힐 날도 멀지않은 셈이라고할까….
『많은 군인들은 우리들이 역사를 전환시키는데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을 오래기억할것이다. 또역사는 반복될수있다는것을 믿을사람도 있을지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발전하여 선진국이되면 이같은 사실을 기억하지않아도될 것이다.』
한 고위 장성은 5·16이 군에 준 정신적 유산에 언급하면서 군인의 임무는 국토방위에 오로지 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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