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리더에게 묻는다] 강문수 탁구대표팀 총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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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수 탁구 대표팀 총감독은 33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벽을 넘는 것이다. [김상선 기자]

무게 2.5g의 탁구공에 강문수(61)는 인생을 걸었다. 그는 33년간 탁구 지도자로 살았다. 그 세월이 쌓여 그는 가장 가벼운 공을 사용하는 종목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가 됐다. 그는 현재 국가대표팀 총감독이다.

 강문수는 어깨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고 1980년 28세의 어린 나이로 제일합섬 남자탁구단(삼성생명 탁구단 전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제일합섬은 81년부터 5년 연속 종별선수권 정상을 밟았다.

 85년에는 남자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중국을 꺾고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단체전 금메달, 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남자단식 금·은메달(유남규·김기택)을 이끌었다. 소속팀에서 가르친 유승민은 2004년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땄다. 대표팀 총감독으로 참가한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체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대비해서 한국 탁구는 다시 한번 강문수에게 총감독을 맡겼다.

강문수 감독이 발탁해 키운 유남규(왼쪽)와 유승민.

 그의 별명은 ‘휘발유’다. 요즘도 훈련 중 잘못된 부분이 나오면 불이 확 붙는 휘발유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훈련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원 모어(One more)”다. 그는 “어떤 스포츠든 훈련량이 많아야 잘한다.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한 번 더 해야 한다. 그게 내 철학”이라고 말했다. 몸 관리가 안 된 선수에게는 ‘5분 극기훈련’을 시킨다. 5분 동안 300~500개의 공을 받아내는 훈련이다.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은 “5분이 지나면 바로 뻗어버린다. 분당 맥박이 180까지 올라가는 지독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대표팀 코치가 된 85년에 남자 대표팀은 여자 팀의 훈련 파트너 취급을 받았다. 강 감독은 “여자 팀은 세계 1, 2위를 다퉜다. 남자는 8강에도 못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틀을 깼다. 어영부영 파트너 노릇만 하는 걸 거부하고 강훈련에 매진했다.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성과를 거두며 남자 대표팀의 위상도 올라갔다. 강 감독이 “내가 한 것 중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 구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독하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지만 날카로운 눈. 그게 강 감독의 성공 비결이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귀신같이 찾아내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다. 유남규와 유승민이 바로 그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유남규는 중3, 유승민은 고2 때 발탁해 조련했다. 강 감독은 “기량만 본 게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선수라야 키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은 강 총감독 아래 유남규·김형석 감독이 남녀 대표팀을 나눠 지도하고 있다. 전체적인 훈련 상황만 점검해도 되지만 강 감독은 뒷짐지고 서 있지 못한다. 새벽 5시 반이면 눈을 떠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온다. 그는 요즘도 탁구대 앞에서 선수들의 자세를 직접 교정해준다. 2013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준우승을 차지한 이상수(23·삼성생명)도 “감독님 하면 열정이라는 단어밖에 안 떠오른다. 총감독님이 그렇게 뛰시는데 선수가 안 뛰면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 감독의 신조는 “늘 새롭게”다. 그는 “금메달 하나를 따면, 두 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녀 총감독이니까 두 종목에서 모두 따고 싶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살아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부산에서는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남자 단체전에서는 준결승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해 3위를 차지했다. 여자는 8강에서 홍콩에 덜미를 잡혀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개인전은 3일부터 열린다. 강 감독은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단체전 결과는 아쉽지만 개인전에서 중국의 벽을 넘어 보이겠다. 또 이번 대회를 경험 삼아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글=김지한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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