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의 분양시장 팡파르, 하반기에도 울려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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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서울ㆍ수도권 분양시장에 오랜만에 팡파르가 울렸다. 지난달 중순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평균 청약 경쟁률 27대 1, 최고 399대 1이라는 청약 성적이 나온 것. 이어 일주일 남짓 후 서울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에서 평균 27대 1, 최고 379대 1의 성적표가 나왔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도 보기 드문 청약 성적을 거둔 이들 단지는 모두 전용 85㎡ 초과 중대형 단지다. 경기 침체 이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중대형의 반격이 시작된 걸까.

우선 입지가 좋았다. 판교신도시는 분양 당시 ‘로또’로 불리며 청약 광풍이 불었던 지역이다. 이미 입주가 마무리 돼 생활기반시설이 갖춰져 살기도 편하다. 이번에 청약을 받은 판교알파리움은 신도시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희소성이 있다. 호텔ㆍ쇼핑시설 등이 대거 들어서는 복합단지 내 주거시설인 것이다. 여기에 신분당선 판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에 속해 교통여건이 좋았다.

위례신도시는 ‘강남권 신도시’로 주목 받는 곳이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ㆍ하남시에 걸쳐 조성되는 대규모 주거지다. 강남권이라는 입지에 계획단계부터 주목을 끌었던 데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던 곳이라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환경이 잘 갖춰졌다.

이번에 분양한 힐스테이트는 신도시 내에서도 지하철 8호선 복정역이 가까운 역세권 단지다. 래미안은 역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신도시 중심 녹지축인 휴먼링이 맞닿아 있고 친환경 상업지역인 트랜짓몰이 가깝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도 인기 몰이에 큰 몫을 했다. 판교알파리움 분양가는 3.3㎡당 평균 1897만원선으로,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만원 정도 싸다. 위례신도시 래미안ㆍ힐스테이트도 앞서 분양한 푸르지오보다 3.3㎡당 100만원 정도 저렴한 1700만원선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 심의에서 3.3㎡당 1721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3.3㎡당 10만~20만원을 자체적으로 낮춰서 분양했다.

중형 중심 평면에 청약가점제 폐지로 대상 수요층 넓어져

중대형이라도 주택 크기를 전략적으로 조정했다. 대부분 전용 99~120㎡ 중심이다. 옛 30평대 중반에서 40평대 초반의 중형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다. 판교신도시와 위례신도시 모두 인근 분당신도시, 강남권 등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 배후다.

집을 사려고 마음 먹으면 움직일 수 있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면 별다른 추가 자금 부담 없이 이사할 수 있는 크기로 이들을 공략했다는 평이다.

4ㆍ1 부동산종합대책도 힘이 됐다. 이들 단지는 모두 중대형인 데다 분양가 6억원 이하 물량이 거의 없다. 사실상 양도소득세 5년 면제 혜택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비록 직접적인 혜택은 없지만 4ㆍ1 대책 이후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 오르면서 덕을 본 것이다. 실제로 위례신도시의 경우 지난해 분양한 푸르지오에 2000만~4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판교신도시는 분양가의 50% 이상 웃돈이 붙어 있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청약 가점제 폐지도 영향을 미쳤다. 그간 청약가점에 밀려 청약할 엄두도 내지 않았던 수요자나 유주택자들이 관심을 갖게 돼 대상 수요층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청약 통장만 있으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게 되면서 옷장 속에 묵혀두었던 청약통장을 꺼내들었다는 평이다.

결국 이런 요인이 어우러져 중대형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청약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이번 청약 흥행이 하반기 분양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외면하던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문을 연 한 견본주택 분양소장의 말이다.

“이번 판교ㆍ위례 청약 결과에 제가 다 기쁘더군요. 부동산 시장은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내 사업장도 아닌데 다른 건설업체가 다른 지역에 분양한 아파트 청약 성적이 좋은 것이 뭐가 좋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구심점이 되거든요.

일부 지역에서 분양이 잘 되면 긍정적인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서 결국 전체 시장의 청약 열기를 지피는 불씨가 되거든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서울ㆍ수도권에서 분양하는 단지 청약 결과는 분명 상반기하고는 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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