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늘아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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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외국인관광객이 공항에 내리기가 바쁘게 한국의 첫 인상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면 한동안 어리둥절하다가「하늘이 참 아름답군요』하고 대답하는 게 보통이다.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에게도 으례 같은 질문을 한다. 그러면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조금도 망설임 없이『한국의 하늘은 참 아름답군요』한다. 이래서 한국의 하늘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어느 사이엔가 되어버렸다. 정말로 그런지는 세계를 두루 다녀본 사람이면 알 일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자랑할만한 것이 하늘밖에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하늘을 자랑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조금도 자랑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지상에 보이는 모든게 추악하니까 하늘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일이 아니겠느냐고 짓궂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아름답다는 하늘도 이제는 날로 오염되어 희뽀얗고 독해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외국인들이 모두 아름답다니까 아름다운 하늘이려니 생각하면 되겠지만, 그런 아름다운 하늘아래서 너무도 추악한 일들만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전 백서에 노란 철모를 쓴 시청직원들이 거리의 행상들의「리어카」와 그 위에 실린 상품들을 사정없이 쇠망치로 부숴버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물론 그 둘레에는 구경꾼들이 들끓었고 그 속에서 쇠망치를 뒤흔드는 노란 철모들은 합법적(?)인 폭력에 도취되었는지 홍조된 얼굴에 웃음마저 띠고있었다.
행상은 도로교통법에 위반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처벌이 영세상인들의 유일한 자본이자 생활수단까지를 쳐부숴야 한다는 것일까.
생활수단을 부당하게 박탈 또는 파괴당할때 누구에게도 항의의 숨통만은 터져있어야만 한다. 그럴때에만 법은 정당한 것이 된다. 그렇지 못하면 법은 단순한 폭력과 다른 것이 없게되고 마는 것이다.
당국자는 그처럼 행상에게 가혹한 짓을 하지 않을수 없는 것은 그들이 가두의 미관을 더럽혀 놓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참으로 도시를 추악하게 만들고 있는 것들은 딴데 있다.
우리네 하늘만큼이나 자랑스러운 것이 물맛이라고 해왔지만 그런 물도 이젠 하수도 시설의 불비로 더럽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구멍투성이의「아스팔트」포장이며 난잡스런 광고판들, 그리고 걸어다니기도 어려울만큼 인파로 붐비는 명동속에 자가용차를 다니게 하는 것들이, 사실은 제일 도시를 더럽혀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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