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외모 걸출한 실력 카리스마까지 … 퍼펙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9호 06면

영화배우에 버금가는 얼굴, 190cm의 큰 키, 떡 벌어진 어깨, 굵은 팔뚝, 튼튼한 허벅지까지 완벽하다. 너무 완벽한 외모 때문에 출중한 기량이 묻힐 정도다. 첫 내한을 앞둔 이 시대 최고의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38). ‘오리지널 메이드 인 이태리’ 명품 발레리노를 소개할까 한다.

첫 내한하는 세계 최고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

400년 발레사에서 스타 발레리나는 많지만, 의외로 스타 발레리노는 몇 명 안 된다. 발레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긴 태양왕 루이 14세를 최초의 남성무용수로 꼽으며 무용의 신 바츨라프 니진스키를 대표적인 발레리노로 지목하지만, 영상으로라도 확인이 가능한 20세기 이후 대중과 가까웠던 스타는 극히 드물다. 루돌프 누레예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정도를 꼽는 수준이다. 둘 다 러시아 태생으로 서방 세계에 망명해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유명해졌다.

이 두 스타 외에 덴마크의 에릭 브룬, 프랑스의 파트릭 뒤퐁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세계적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로베르토 볼레가 유일하다. 특히 발레 강국 러시아가 아닌 이탈리아 출신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볼레는 발레를 시작한 지 몇 해 되지 않던 15세 때 누레예프에게 발탁되어 주역을 맡았다. 이후 모든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당연히 주인공 왕자 역으로 전 세계 유명 발레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왕자 역은 실력보다도 우선 ‘왕자스러운’ 외모가 결정하지 않던가. 하지만 그 생명력은 결국 실력이 가늠한다. 볼레는 한눈 팔지 않았다. 라 스칼라 오페라발레단 에트왈(스타무용수)로서 세계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지금도 완벽한 무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볼레와 춤추는 발레리나는 안정감을 절대 잃지 않는다. 그만큼 상대를 지지하는 내공이 깊다는 말이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 다리를 부딪치는 ‘카브리올’은 성급하지 않고 날렵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발로 도는 ‘피루에트’는 너무 여러 번 돌려고 욕심내지 않지만, 팽이처럼 돌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실력이 남다르다.

그러나 그를 최고라고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실력보다 뛰어난 감성연기에 있다. 남들보다 2% 더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희로애락을 발산하는 가슴연기다. 이번 첫 내한공연에서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와 호흡을 맞출 ‘오네긴’(유니버설발레단 7월 6~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고전발레보다 감성연기가 필요한 드라마발레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서희는 볼레에 대해 “다른 여러 작품에 함께 출연하면서 배울 점이 많았던 무용수라고 느꼈고, 오네긴에 참 잘 어울렸기에 동반출연을 직접 제의했다”고 들려주었다. 타티아나를 그리워하는 오네긴의 미묘한 감정, 특히 엇갈린 운명 앞에서의 뒤늦은 회한 같은 연기는 망원경을 준비하고 클로즈업해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완성도를 더한 ‘오네긴’을 준비한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에게 물었다. 역사적으로 몇 안 되는 세계적 스타 발레리노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냐고.

“첫째는 실력, 둘째는 외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가 바로 카리스마죠. 카리스마는 노력해서 얻을 수 없어요. 타고나는 것 같아요.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자연스럽지만 강한 카리스마. 볼레의 카리스마는 기대하실 만할 겁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