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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개발 바이오시밀러 유럽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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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이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에 대해 유럽연합(EU) 27개국과 유럽경제지역(EEA) 3개국(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 등 총 30개국에서 판매를 허가했다고 28일 밝혔다.

 램시마는 미국 존슨앤존슨의 오리지널 항체 의약품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것으로, EMA의 의약품 허가절차를 통과한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기록됐다. 셀트리온은 2006년 램시마의 물질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글로벌 임상을 끝내고, 이번에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램시마 개발에 7년간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약효가 좋지만 약값이 비싼 항체 의약품 시장에서 오리지널의 절반 이하 가격인 바이오시밀러를 찾는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미국시장 기준으로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의 1인당 연간 치료비는 1만5000~2만 달러(1700만~2300만원)에 달하는 등 항체 의약품 한 개 제품의 세계 시장 규모는 7조~10조원대다. 항체의약품 선두기업인 스위스 로슈의 경우 지난해 제약 부문에서 올린 42조원의 매출 가운데 52%를 리툭산(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아바스틴(대장암 치료제)·허셉틴 등 3개 항체 제품으로 올렸다.

 램시마가 속하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따질 경우 램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 등 3개 제품이 3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유럽 시장은 전체의 약 3분의 1인 10조원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여기서 램시마가 10%의 점유율만 차지한다고 해도 연간 1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대형 제약사의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단일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최초의 의약품 탄생을 예고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램시마의 효능은 오리지널 제품과 동등한데 가격이 저렴해 의료재정에 부담을 느끼는 국가에 먼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들이 특히 램시마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항체의약품의 복제약 개발은 복잡한 공정 때문에 특히 어려운 것으로 평가돼 왔다. 또한 오리지널 항체의약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은 바이오시밀러의 출현을 원치 않았는데, 국내 업체가 그 틈새를 뚫은 것이다. 미국의 화이자와 암젠, 이스라엘 테바, 스위스 산도스,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회장은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이미 종료한 회사가 없기 때문에 램시마는 최소 3∼4년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EMA의 램시마 허가에 따라 서 회장이 공언한 셀트리온 매각절차는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4월 서 회장은 “공매도와 주가조작 세력 등 탐욕적인 자본세력에 농락당했다”면서 “EMA 허가가 나오는 대로 셀트리온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JP모건을 주간사로 정한 상태에서 매각 작업이 은밀하게 진행돼 왔다.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6.77% 오른 4만1800원에 마감됐다.

심재우 기자

◆바이오시밀러(Bio-similar)=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화학 공정을 거쳐 나오는 화학 의약품은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반면, 생체 내 물질에서 유래한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공정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생겨도 구조가 달라져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비슷하다’는 뜻의 ‘바이오시밀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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