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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황제 행궁 양위안자이서 '오랜 친구' 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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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틀간 7시간30분을 함께하며 정상 간 우의를 다졌다. 27일 공식 환영식→정상회담→양국 청소년대표단 공동접견→조약 서명식→국빈만찬까지 5시간30분을 보냈고, 28일 특별오찬에서 2시간을 더했다. 특히 시 주석의 요청으로 마련된 특별오찬은 두 정상의 친밀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라는 평가다. 행사는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 내의 서남쪽에 위치한 국빈관 양위안자이(養源齋·양원재)에 마련됐다. 양위안자이는 청나라 황제의 행궁으로 중국이 ‘귀한 손님’들을 대할 때 사용하는 장소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까지 함께한 오찬은 화기애애하고 친밀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오찬 시작 무렵 “제가 오전에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을 하며 ‘먼저 친구를 만든 후에 비즈니스를 하라’(선주붕우 후주생의, 先做朋友 後做生意)”는 말이 있음을 중국어로 소개했다”고 하자 시 주석은 “분명 중국 기업인들의 마음에 깊은 감명을 주었을 것”이라며 반겼다고 한다. 시 주석은 이어 지난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것을 회고하며 “당시 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었는데 한·중 관계를 중시해 무리였지만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선 박 대통령과 펑리위안 여사의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라운드 칼라의 분홍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었고, 펑리위안 여사는 하얀색 재킷에 꽃무늬가 수놓아진 잿빛 실크 원피스 차림이었다. 펑리위안 여사는 중국 인민해방군 가무단 소속 민족 성악가 출신이다. 펑 여사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5월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54위를 차지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11위로 기록됐었다.

 박 대통령은 펑 여사에게 “주석 부인으로서 책임이 무겁지 않느냐. 저도 과거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서 그런 점을 이해한다”고 하자 펑 여사는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선물도 주고받았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한·중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시구(詩句)가 담긴 서예작품을 선물했다. 시는 중국 당나라 때 왕지환(王之渙·688∼742)의 한시 ‘관작루에 올라(登觀雀樓)’. ‘백일의산진(白日依山盡), 황하입해류(黃河入海流).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로 우리말로는 ‘해는 뉘엿뉘엿 서녘 하늘로 저물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네, 천리 너머까지 보기 위해, 다시 한층 누각을 오르네’라는 뜻이다. 중국인들 사이엔 초등학생들도 널리 암송할 정도로 유명한 이 시를 건넨 데는 ‘두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한·중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자’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시 주석이 선물을 건네며 박 대통령에게 시의 의미를 설명하자 박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해 암송하고 있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도 춘천옥으로 된 찻잔세트를 선물하며 “우리나라 춘천에서 나오는 옥으로 만드는 것인데 옥은 예부터 여러 잡귀를 쫓아낸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서도 옥이 그런 뜻을 갖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펑리위안 여사에게 주칠함을 선물하며 “예부터 우리나라 궁에서 소중한 것을 담아 귀한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던 선물함”이라고 했고, 펑 여사는 “함이 예쁘다. 아주 고맙다”며 웃었다고 한다. 펑 여사도 박 대통령에게 전통 수공예품인 법랑 화병을 선물했다.

베이징=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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