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권물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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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남동「로터리」에 창경원 담보다 더 높은 입체교차「오버패스」가 세워짐으로써 창경원의 동물 가족의 큰 수난이 예상된다. 현재 83%의 공사가 진척중이라는 이 고가도로가 완공 개통되면 차량이 지나다닐 때마다 일어나는 공간소음, 야간에 번쩍번쩍 비칠「헤들라이트」빛으로 동물생활에 큰 위협을 줄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조류나 맹수류는 사육장을 옮겨야 할만큼 심각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생길때마다 한가지 섭섭한 일은 건설당국과 동물원 당국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시민의 정서생활이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당국이 조금이라도 창경원의 동물생활을 염두에두고「오버패스」의 시공설계를 했더라면 공간소음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했었을것이고, 창경원은 그나름대로 동물원의 이전계획을 세웠을는지도 모른다.
창경원 동물원이 서울인구에 비해 너무 비좁은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좁은 면적에비해 동물의 배치, 수용관리는 동남아에서도일본의 「우에노」(상야)동물원을 빼고는 어느곳에 못지않게 잘 운용되고있다. 현재의 동물원이 오히려 도심지 안에 움츠리고 있는 점이 시원치 않다. 필자의 견해로는 지금 청량리에 있는 임업시험장 자리에 동물원을 옮겨놓는다면 도심지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규모에 있어 짜임새가 있을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물의 방사도 가능할수 있으며 서울 시민은 현재보다 더욱 실감나는 동물 생활의 모습을 구경할수 있을것이다.
1966년 9월하순부터 11월초순까지 약1개월반동안 한국을 답사한 국립공원전문가 「조지·시·룰리」박사는 『한국을 위한 국립공원과 자연보호지구』란 책자를 통해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개발과, 자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훌륭한 공원을 이룩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전의 시위적인 효과나 현상유지만을 위한 집념보다 시민을위해 보다 넓은 시야로 자연자원을 개발한다면 더좋은 자연환경은 얼마든지 개발될줄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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