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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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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장은 별로 인기없는(?) 장기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심장·간장만 애지중지한다. 그러나 신장은 의외로 중요한 장기인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장년의 병중에서 신장병은 당당 우위를 점한다.
신장이 하는 일은 말하자면 청소부의 역할이다. 체내의 세포속에선 복잡한 물질대사가 쉴새없이 일어난다. 그 찌꺼기를 처리하는 궂은 일등의 중요한 몫을 신장이 도맡고 있는것이다. 노폐물가운데 탄산「개스」는 폐에서 토하는 공기와 함께 빠져나간다. 그러나 요소·요산·「크레아틴」등은 체내에서의 질소유기화합물중 마지막 분해생성물이다. 이것이 몸에 녹아 몸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신장이 하는 일은 바로 이것이다.
신장에 고장이 생기면 그 노폐물은 피속에서 오도가도 못한다. 그것이 쌓이면 일종의 중독상태에 이르며, 따라서 중추신경이 마비된다. 의식이 혼미해지며 결국 심장·폐·간장도 모두 손을 들고 만다.
지난63년 미국의 「뉴올리언즈」시「채리티」병원에선 이미「침팬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예가 있었다. 그 수술은 성공으로 끝이 났다. 신장이식에서 어려운 문제는 누가 그 장기를 선선히 내놓을것이냐는 일이다. 신장은 심장과는 달리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것을 떼어내기 힘든다. 적어도 30분이상 혈행(혈액순환)이 있어야 이식수술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에서 4살짜리「침팬지」의 신장을 이식할수 있었던것은 그 분야의 환자에겐 생명의 복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한국의 경우처럼 인체사이의 신장이식도 가눙하다. 이웃 일본에선 부인의 것을 부군에게 옮긴 예도 몇번 있었다. 인체내엔 신장이 두개이며 하나쯤 떼어내도 별지장이 없다. 창조주의 섭리는 그 남은 한개의 신장이 크게 자라서 두 몫을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니, 아들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동생에게 신장을 선뜻 내줄수 있는 사랑도 그 섭리가 준축복이다.
모친의 신장을 갖게된 정재화씨의 완쾌는 적어도 3개윌뒤에야 결정된다고 한다. 그 기간은 그의 생애에서 가장 긴 시간일 것이다. 부디 완쾌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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