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4시간만 충전해도 최대 36㎞ 거뜬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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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로베르트 횔레 이사는 앞으로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가 고효율을 앞세워 전체 파나메라 판매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하는 포르셰가 나왔다. 이른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지난 20일 독일 뮌헨에서 시승한 신형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가 주인공이다. 고압전원 콘센트로 2시간 30분, 가정용 콘센트로는 4시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그러면 조건에 따라 전기 모터만으로 18~36㎞를 달린다. 이 범위 내에서 쓸 경우 완전 무공해 포르셰인 셈이다.

 이날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전기 부문 개발을 책임진 로베르트 횔레 이사를 만났다. 그는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가 앞으로 전체 파나메라 판매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효율이 눈부시다. 유럽연합 기준,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32.3㎞/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1g/㎞다.

 그는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파나메라 S보다 7000유로(약 1063만원) 더 비싸다. 그러나 에어 서스펜션 등의 장비가 기본이어서 옵션을 감안한 가격 차이는 이보다 적다. 게다가 워낙 소식하니 연료비 부담이 적다. 내구성도 안심할 만하다. 횔레 이사는 “보쉬가 납품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보증 기간은 8년”이라고 말했다.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엔진은 V6 3.0L 수퍼차저(엔진 힘으로 흡기를 압축해 공급하는 장치)로 333마력을 낸다. 아우디 A6 3.0 TFSI의 심장과 같다. 여기에 95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를 더했다. 원반처럼 생긴 전기 모터는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사이에 끼워 넣었다. 시스템 총 출력은 416마력. V8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수준이다.

 성능은 출력과 비례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성능 제원의 수치는 전형적인 포르셰다.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5.5초 만에 시속 100㎞까지 달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270㎞에 달한다. 전기 모터 단독으로도 매서운 성능을 낸다. 0→시속 50㎞ 가속을 6.1초 만에 마치고, 시속 135㎞까지 달릴 수 있다.

 횔레 이사는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엔 총 4가지 운전 모드가 있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E-파워’다. 전기 동력으로만 달린다.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이럴 땐 ‘E-충전’ 모드가 요긴하다.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며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급가속 땐 엔진이 끼어드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알아서 전환한다.

 마지막은 ‘스포츠’ 모드다. 이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뽑아 쓸 수 있다. 힘이 서서히 무르익는 엔진의 단점은 전원이 들어오면 바로 100%의 토크를 내는 전기 모터가 보완한다. 고회전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 모터의 단점은 엔진이 지운다. 그 결과 일반 차와 달리 토크와 가속 곡선이 삐뚤빼뚤하지 않고 매끈하다.

 횔레 이사는 “이번 시승회 기간 동안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가 100㎞ 남짓한 코스에서 최대 62.5㎞/L의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직접 몰아보니 그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물론 이번 시승에서 그 기록을 깨진 못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출발 후 40여 분 달리는 동안 엔진은 단 한 번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는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로 거듭난 신형 파나메라 가운데 한 모델이다. 전체적인 외모 변화는 앞뒤 램프와 범퍼 디자인을 다듬은 정도다. 그러나 차이도 있다. 파나메라 4S와 터보에 기본형보다 휠베이스가 15㎝ 긴 ‘이그제큐티브’를 더했다. 지난해 9100대를 집어삼킨 파나메라의 최대 시장, 중국을 의식한 결과다.

뮌헨=김기범 자동차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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