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대 1 대학보다 가기 힘든 독도경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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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북지방경찰청 5층 강당에서 치러진 독도경비대원 선발 시험에서 지원자들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1분에 58회 이상 윗몸일으키기를 해야 만점을 받는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25일 오후 경북지방경찰청 5층 강당은 전국에서 몰려온 20대 남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 모두 독도경비대원 선발 시험 응시자였다. 대원 8명 선발에 154명이 지원, 경쟁률 19.2대 1을 보였다. 시험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악력(손의 쥐는 힘), 100m·1000m 달리기 등 5개 종목의 체력테스트와 심층면접 등이 실시됐다.

 이형동(20·서울)씨는 “우리 땅 독도의 파수꾼으로 복무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일본의 거듭된 독도 망언에 화가 나 독도지킴이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독도경비대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매월 10여 명 모집에 100여 명씩 몰려든다. 일본의 독도 망언이 본격적으로 나온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지원자가 급증했다. 2011년 10월 첫 모집 때는 6.1대 1이던 경쟁률이 지난해 2월에는 18.4대 1로 뛰었다. 일반 의무경찰(3대 1)과 해병대 경쟁률(2.9대 1)을 뛰어넘는 ‘불꽃경쟁’이다.

 독도경비대원은 복무 기간 21개월의 의무경찰이다. 외딴섬에 갇혀 지내야 하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경북경찰청이 2011년 10월부터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독도에는 50여 명이 복무 중이며 전역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매월 10여 명씩 보충한다.

 김귀찬(52) 경북경찰청장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당시 해병대 지원자가 급증한 것처럼 일본의 망언에 독도 수호에 나선 젊은이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비대원 재도전자도 많다. 지난해 10월부터 복무 중인 김모 대원은 5전6기 끝에 경비대원이 됐다. 그는 “군 복무를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독도경비대에 관심을 갖고 여러 차례 도전했다”고 말했다.

 시험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체력테스트의 경우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를 1분에 58회 이상 해야 한다. 100m·1000m달리기도 각각 12.7초, 3분8초 이내에 주파해야 합격선이다. 전문가 심층면접과 인성검사도 통과해야 한다. 온라인에는 독도경비대 합격 노하우를 소개한 글이 등장했다. 면접 때 애국심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나 효율적으로 체력 기르기, 인성검사 잘 치는 방법 등이 소개돼 있다.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실었던 성신여대 서경덕(39) 교수는 “‘독도 사랑이 곧 애국’이라는 인식이 청년층에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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