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정원 국정조사, 개혁 염두에 두고 철저히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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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로써 국정원을 둘러싼 여야의 험악한 갈등은 일단 장내에서 소화될 전망이다. 장외투쟁으로 내달리려는 당내 강경파를 장내로 이끈 민주당 지도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민주당의 매관매직 의혹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국정조사에 응한 새누리당의 결정 역시 고무적이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국정원 국정조사가 증인을 불러 놓고 호통이나 치고 넘어가는 정치쇼에 머물러선 안 된다.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국정조사인 만큼 건설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정치공방의 연장이 아니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정원에 쏠리는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기관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특히 우리의 안보여건상 정보기관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합법적·합리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문제다.

 지금까지 국정원이 불신을 산 근본 원인은 정치권력과의 부적절한 관계 탓으로 볼 수 있다. 정보 업무의 특성상 국정원의 행태는 대통령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좌우되는 면이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에 내 사람을 심는 일이 반복돼 온 것도 그런 이유다. 새로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정권의 구미에 맞춰 일을 했고, 내몰린 이들은 보복이나 방어를 위해 외부와 정보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과정에서 국정원의 사유화가 벌어진 것 아닌가. 이런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정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 의무를 진다. 하지만 여야가 대립하는 통에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통제는 먹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의 책임이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국정원의 활동 범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그동안 수사권을 가진 국정원이 별도로 국내 정보활동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수사 목적 외의 국내 정보활동은 정치개입 의혹의 빌미를 줄 위험이 있으니 댓글 사건 국정조사를 계기로 재검토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집권 초기에 잠시 관심을 보이다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기본적으론 원활한 국정을 위해서는 국정원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국정원 개혁은 정권 초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적 여론, 그리고 정치권의 협력이 동시에 작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로 끝나는 게 아니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진 뒤에는 적폐를 일소할 대책을 마련하고,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기밀·보안 관련 특수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유로 약화돼 있는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퇴임 후의 원장이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불행한 정치개입의 사례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개혁 과정의 출발점은 국정조사인 만큼 당리당략을 넘어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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