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결산] 피닉스 선스 (2)

중앙일보

입력

◇ 부상이 미운 선수들

올 시즌 선스가 부진했던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부상 때문이었다.

99~00시즌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왔던 톰 구글리오타는 올 시즌에도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일찌감치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맞이했다.

선스가 오프 시즌 클리포드 로빈슨을 자신있게 피스톤스로 트레이드 한 배경에는 구글리오타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을 수 있으리란 가정 하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정에 그치고 말았고 구글리오타는 어김없이 부상으로 올 시즌도 팀에 별로 큰 기여를 하지 못하게 된 것.

그는 시즌의 반 정도에 불과한 44경기에만 나와 평균 6.5득점, 5.0리바운드의 자신의 프로 데뷔 이후 최저의 성적만을 기록하며 실망을 안겨주었다.

구글리오타 외에 또 한 선수는 '불운'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앤퍼니 하더웨이.

그는 올 시즌 80경기에 나오며 일단 그동안 부상으로 인해 못나온 경기보다는 많은 수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이나 팬들이 바라는 하더웨이의 모습은 단지 경기 출전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의 NBA 초기 시절이 워낙 강렬해서일지 몰라도 올랜도 매직 시절의 모습을 팀이나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하더웨이에게 그러한 모습을 찾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평균 12.0득점, 4.4리바운드, 4.1어시스트, 1.5스틸의 성적은 그동안 부상으로 고생한 하더웨이에게는 나름대로 준수한 성적이었겠지만 팀과 팬들이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의 기록이었다.

이제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구글리오타와 하더웨이는 높은 연봉과 화려한 부상 경력 때문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어려워 트레이드 카드로서의 가치도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스로선 두 선수의 처리 문제가 상당히 난감할 듯.

가장 최선의 방법은 둘 다 모두 부상에서 회복하여 어느 정도 전성기의 기량에 근접하는 것이 해결 방안일 것이다.

◇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

키드를 보내고 대신 데려온 마버리는 82경기에 나와 평균 20.4득점, 8.1어시스트, 3.2리바운드의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마버리는 키드 대신 득점 면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팀에 기여했지만 키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무기인 경기 조율과 리딩면에선 다소 모자란 부분을 보였다.

수치상 어시스트 개수가 키드에 비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마버리였지만 여전히 단점으로 지적되는 나 홀로 플레이는 나아지지 않았고 이는 선스가 시즌이 계속되면서 가지고 가던 딜레마였다.

마버리 자신 외에도 득점을 올려줄 수 있던 공격 옵션이 부족하지 않던 상황이었지만 키드 시절 보다 떨어진 팀 평균 득점은 마버리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선스에서 마버리가 모자란 부분을 보충할 백업 포인트 가드가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앤퍼니 하더웨이 만이 평균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2개이상을 기록하지 못했고 그나마 백업 역할을 수행하던 델크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부랴부랴 자유 계약 등의 방법으로 영입했던 조 크리스핀, 찰리 벨 그리고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팔라시오가 그 공백을 채우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팀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오래 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센터 진이었다.

선스는 그동안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이 부분의 전력 보강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조 클라인, 마크 웨스트가 있던 90년대 중반 이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초반에도 시카고 불스로부터 트레이드를 통해 제이크 보스클을 영입했지만 그 역시 모자란 부분이 더욱 많았다.

가뜩이나 센터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팀의 섬머리그 출신인 다니엘 산티아고를 방출한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다.

그는 리그 최저 연봉을 받기에 팀 셀러리 캡에도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출한 것은 선스의 실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결국 팀은 보스클과 2년 차 제이크 타스칼라디스 두 명의 센터만으로 시즌을 이끌었는데 아웃로가 리바운드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고는 하지만 팀을 떠난 클리포드 로빈슨과 로드니 로저스의 공백이 커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 팀 MVP

앞서 말했듯이 스테판 마버리는 MVP 급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적으로 키드와 비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올 시즌 팀의 MVP로는 숀 매리언을 들 수 있다.

3년 차 시즌을 맞이하면서 더욱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는 올 시즌 81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평균 19.1득점, 9.9리바운드, 2.0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팀을 이끌었다.

그가 부상등의 이유로 빠지거나 없었다면 팀이 올린 36승은 절대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일 정도로 선스에서 매리언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그의 46%, 39%에 이르는 필드골 성공률과 3점 슛 성공률 그리고 87%의 자유투 성공률은 둘째치고라도 팀 내 가장 많은 2.6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기록했다는 점은 매리언의 플레이 스타일을 더욱 돋보여 준다.

그러나 선스는 하루 빨리 팀의 제 2, 제 3 옵션을 찾아야 할 것이다.

득점면에서는 마버리가 그 역할을 다해주고 있지만 리바운드에서 그를 보조할 확실한 선수를 빨리 찾아 공수 양면에서 매리언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분산시켜야 한다.

◇ 팀 MIP

선스의 강점 중 하나였던 벤치 맴버의 강력함은 로저스, 델크의 이적으로 이제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셈.

이제 그들의 벤치 맴버와 주전간의 실력 차는 매우 뚜렷하다.

더욱이 부상으로 인해 핵심선수들이 빠지자 그 차이는 더욱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시즌 보다 성장 가능성을 보인 선수가 있어 그나마 팀을 안도하게 했다.

주인공은 2년 차 센터인 제이크 타스칼리디스.

그리스 출신의 216cm의 장신 센터인 그는 여전히 배워야 할 점도 많고 아직 전성기 기량이 아닌 단계이지만 올 시즌 들어 전 보다는 많은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스칼리디스는 67경기에 나와(그 중 47경기에는 선발 출전) 평균 7.3득점, 5.6리바운드, 1.0블록 샷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 선스가 트레이드나 자유계약 혹은 드래프트를 통해서 당장 쓸만한 센터 재원을 얻지 않는다면 그의 출전 시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아울러 그의 플레이는 더욱 성장해 나갈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류한준 명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